존재만으로 힘이 된다는 개소리

201104

by alittlepicasso

#1

어린 시절, 잠이 안 올 때면 혼자 어떤 상상을 해서 눈물 흘리는 놀이 같은 걸 했었다. 분명 나는 현실에서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지만 왜인지 무덤덤했고 감정도 눈물도 메말라갔다. 억지로라도 스스로 가여워하고 싶었던 건지,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결국 눈물 흘리게 만드는 상상은 역시나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신다면...이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모르는 감정 이런 게 진짜 슬픔인 건가 그리고 조금 눈물을 흘려보고는 부모님은 아직 필요한 존재이고, 내가 감히 분노나 미움을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확인했다. 오랜 혼란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나는 부모 자식 간에도 무조건 애정은 없으며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라는 말은 때때로 가혹하게 들릴만큼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2

엄마를 떠올리면 늘 불쌍하고 그건 분명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불쌍한 입장은 권력이 되었고 나는 착한 딸이어야만 했다.

엄마가 돌아가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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