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시도 때도 없이 춥다
글감이 떠오르는 날짜
글을 쓰는 날짜
글이 나오는 날짜가 다른 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걸까
어쨌든 한 주제를 위해 완성하는 글들을 쓰는 것만은 아니니까 언젠가 그런 주제가 되면 고민하는 걸로 하고...
우리가 한국에서 그리운 것 중 아마 제일은 대체 불가한 한국음식과 더불어 친구들과 멍청하게 술 마시던 걸 거다.
그래 봤자 매일 돈이 없네 인생이 뭐 같네 뭐해 먹고살아야 되나 온갖 걱정과 부정을 늘어놓으면서도 또 내일이 있는 건 그 자리에 우리와 너희가 있기 때문이겠지.
둘이라도 간만에 얼큰하게 마시고 싶다며 맥주에 와인에 쌩솜까지 들이붓고 다음날 낮 세시에 겨우 일어나 수없이 겪어도 매번 신선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너는 유튜브나 보고 있으라며 쏜애플 영상을 틀어주더니 분홍색 에코백을 집어 들고나갔다. 한 시간쯤 지나니 장을 봐와서는 요리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그의 요리 복장이라 함은 상의 탈의 하의는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는 순면 반바지 홈웨어이다. 처음 태국 왔을 때쯤 기억도 잘 안나는 시장 구석에서 하나 샀는데 내 빤바지(빤쓰같은 반바지) 어디 갔어?! 빨았어?! 반복하다가 얼마 전 동일 가게에 겨우 찾아가 여벌을 구매하고는 너무 좋다고 난리다. 가게 사장님이 이 바지는 다른 바지랑은 다르다며 순면 100프로라고 강조하신다. 어느덧 그런 태국어도 들리는 걸 보면 감사하고 신기하지만 여전히 택도 없다.
하여간 난 여전히 숙취로 화장실과 소파를 오가며 누워있는데 불쑥 내 시야에 요리하는 엉덩이가 씰룩거린다. 저 흥을 감추고 다른 페르소나로 먹고 살려니 힘이 들 만도 하지
난 이 미친 세상 속을
겁도 없이 혼자 걸었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 앞으로
그게 나 나야
이것 밖엔 할 수 없는 걸
그게 나 나야 나야
언니네 이발관 노래에 맞춰 흔들흔들
총총총총 도마 소리
보글보글 김치찌개 냄새
계란후라이 먹을래 찜 먹을래
나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못 먹을 거 같은데
일단 찜으로
열심히 장 봐서 요리해서 한상 차려놓았는데
계란찜 한 숟갈 먹고 우욱 미안한데 못 먹겠다.
그럼 애송이는 아이스크림이나 먹어라
어른은 맥주 먹는다 하더니 냉동고에서 꺼내온다.
전쟁터로 돌아가려면 영화나 보고
일찍 자버려서 잠을 갚아야 한다.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중이지만
내 언젠가는 벗어나 섬으로 가리라
왜 제목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야?
그냥 봐봐 너는 보고 나는 다시 보며
침대에 누워 아이스크림 한 통을 퍼먹으니
이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게 꿈쩍도 안 하던 몸무게가 빠질 만큼
몸은 너무 힘든 하루였는데 또 최고로 행복했다.
지금 여기에 너랑 함께여서 다행이고
우리가 가진 것들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계속 생각했고 좋다고 말했다.
흘러가는 모든 것들이 다 한때가 되겠지만
그 시간에 온전히 존재하고 느끼는 것이
삶의 의미일 거라고 조금 깨달았다.
그림_작은 피카소 이두열. 두 살 때 자폐 판정을 받고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