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6
태국에 온 덕분에 나에게도 특기라는 것이 생겼다. 이 전에는 면접 등을 위해 (딱히 질문을 받은 적도 없었던 거 같은데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늘 생각하게 되었다.) 특기를 생각해 보면 마땅한 것이 없어서 괜히 움츠려 들기도 했었다. '얼마나 잘해야 특기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이때까지 이런 거 하나 못 만들고 뭐 했을까'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 말이다.
사실 특기 없다고 사는 데 큰 문제도 아닌데 여태껏 잘하는 게 없다고 고민인 사람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아무튼 나는 태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돈벌이도 하게 되었다.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특기’라는 것은 없어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있을 때는 그 힘이 매우 큰 것임을 느꼈다. 나 스스로가 마구 대견하고 더불어 자신감도 생긴다. '이게 되네? 이거 아니면 까짓 거 또 뭐라도 해보지 뭐' 마치 세상에 무슨 일이든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좋았는 데 최근에는 일로 연결시켜 수입원으로 만들어가고 있고 성과가 있어 기쁘다.
현재 태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한류열풍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애정도 넘치고 배우고자 하는 수요도 많다. 처음에는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내 태국어가 이들에게 어색하게 느껴져서 더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다행히도 잘하고 있는 중이고 학생도 늘고 있다. 근데 얼마 전에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특기가 생긴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이 된 것은 맞는 데 지속할 정도로 좋아하는 일일까. 그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참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이다.
그러던 중에 어제는 학생이랑 수업을 하는데 푼수처럼 코끝이 찡해졌다. 나의 모든 학생은 대부분 한국에 있고 각자 이야기가 다양하다. 한 학생은 전라남도 고흥 과일농장(근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다도 가고 뭐 배도 타고 키위도 있고 하여간 다 한단다.)에서 일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에 딸이 너무 이쁘길래 물었더니 두 살배기 딸내미는 친정엄마랑 태국에 떼어놓고 돈 벌러 와서 1년째 살고 있단다. 쉬는 날 없이 새벽 3시에 일어나 힘들게 일하면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매일 우는데 나중에 영어도 가르쳐주고 이거 저거 다 가르쳐주고 싶은 거 생각하면 다시 더 있자고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좁은 방구석에서 작은 핸드폰 화면을 눈을 끔뻑거리며 들여다보며 한국어를 따라 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올라왔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있어서 감사하기도 했고, 그 삶의 고단함도 느껴졌고, 그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동기부여가 되었다. 아,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별 거일까. 이런 경험과 순간과 마음이 쌓여서 애착이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일단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태국은 정말이지 나에게 계속 선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