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는 단풍이 한창이겠구나

by alittlepicasso

한국은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 학생들이 단풍 보러 간다길래 찾아보니 이번에는 이상 날씨로 단풍이 많이 늦어졌나 봐. 울긋불긋 여기저기 특히 돌담길 옆의 은행나무들을 보니 여기까지 가을이 전해지더라.

한국에 사는 학생들이 봄에는 벚꽃 구경. 가을에는 단풍 구경, 겨울에는 스키장에 갈 거라며 한국을 즐기는 말을 들을 때면 나도 한국의 계절이 그리워지곤 해.

계절이라는 게 있는 건 시간이 흐르는 걸 느끼게 하고 준비하게 하고 그래서 몸 마음을 더 바쁘게도 하니 어찌 보면 한국인들이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건 너무나 당연해. 나는 태국에 있어보니 계절이 있는 게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데 그래도 그때 계절이 바뀔 때가 또 한국이 제일 그립기도 한 때인 거 같아.


정말 날이 훌쩍 갔네. 올해도 벌써 한 달 남짓 남았구나. 일기를 많이 쓰지 못했지만 지난 일기들을 훑어보니 올해 나는 새로운 걸 해보면서 바쁜 시간을 보낸 거 같긴 한데 그만큼 마음 또한 편하지 않았던 날이 많았나 봐. 그것 또한 감사히 잘 보냈다 마침표 찍어버리면 좋은 마무리는 되겠지만… 감사한 날에 기록을 잘 안 한 결과가 또 이렇게 부정적으로 연결되는 걸 보면 내년엔 감사한 날에 더 일기를 쓰도록 해야겠어.


요즘 나는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막 해본다고 버둥거리는 짓이 스스로 지겨워진 느낌이라 확 내려놨더니 완전 무기력 해져버렸어. 다들 주어진 삶 속에서 열심히 살아내는 거 같은데… 나는 게으르고 끈기도 없고 능력은 더 없고 핑계는 많고 욕심은 더 많은 내가 싫게 느껴지고 자존감이 매우 낮아진 상태야.


‘에리히 프롬은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을 아는 것(자신의 장단점에 대하여 현실적이고 정직한 것)이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본다면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해.


문득 불혹의 의미를 찾아봤어.


’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나이를 불문하고 이게 가능한 말이니?

이 말인 즉,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라는 말이겠지? 결국 어느 판단을 내리든 흐린 판단으로 만들지 않을 정도의 연륜이 쌓이는 나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그런 의미에서 ’ 이렇게 사는 게 최선인 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변화가 필요한 것 같지만 어떤 변화를 줘야 할지 딱히 모르겠어서 그냥 살아가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고질병인가 봐.

S한테 이야기를 하면 그런 고민이란 걸 할 시간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런 고민도 시간이 남는 배짱이니까 하는 거라는 말은 말아줘.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해.

그러면 가끔 길을 잃다가도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게 아닌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려는 노력을 최소한은 한다고 믿어.

너희들의 요즘 고민은 뭐니? 사소한 거라도 공유해 줘. 우리가 좀 더 가까운 곳에 살았다면 이런 대화들을 좀 더 자주 나눴을까? 아무튼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다.

다들 잘 지내길 바라며.


PS. 잘 지내고 있다 보면 잘 살아지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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