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낮의 단상

오후 2시의 겨울 햇빛을 꼭 만나보세요

by 김열매

좋은 기종의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즐겨한다. 핸드폰 속 사진첩을 보다보면 마치 어머니들 핸드폰을 꽉 채운 꽃 사진마냥, 하늘 사진, 풀꽃 사진, 나뭇와 나뭇잎 사진들이 빼곡하다.

맑은 하늘이면 맑은게 좋아서 찍어둔 사진, 미세먼지 가득한 회색 하늘이면 그게 또 억울해서 찍어둔 사진(증거 사진 수집처럼..ㅎㅎ), 햇살 먹은 은행잎 색이 너무 예뻐서 셔터를 여러 번 눌러대다보니 같은 배경이 여러 개가 담긴 사진, 길가에 떨어진 낙엽들은 왜 또 하필 운치있게 널부러져있는지.. 그래서 찍어둔 사진,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찍어둔 사진들을 한번은 정리해야겠어서, 마음먹고 삭제할 후보군들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약했을지 모르는) 나의 의지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왜?

음. 이유는 간단하다. 여느 전문가들의 멋진 사진은 아니었지만 바로 '내'가 찍은 사진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다보면, 그 때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떠오른다.

때로는 속상하기도 했지만 표정은 웃고 있는 사진들, 정말 너무 기쁘고 행복했는데 얼굴은 잘 못나온 사진들(그래도 소중...), 숨막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그만 화면에 넣어두고 싶어서 애써서 찍은 사진들. 그 때 그 때의 감정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나'이기에, 세상 어느 누구도 100% 알아줄 수 없는, 정말 '나'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 때를 떠올리게 해 주는 사진들을 차마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어제도...

담아온 사진이 있는데, 살포시 공개해본다.

(미리 얘기하지만, 사진 기술이 좋지 않고 특별한 풍경도 아닌 점을 말해둔다.)


겨울낮의 단상_2.jpg
겨울낮의 단상_3.jpg
겨울 오후 1~2시의 풍경들


나의 미천한 글솜씨로는 저 때 느낀 감정들을 온전히 풀어 쓸 수가 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차가운 겨울 날씨를 녹이는 겨울의 햇빛. 그 햇빛에는 따스함이 넘친다. 아, 물론 이 따스함을 바람이 몰아낼 때도 있지. 하지만 이 빛에는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가 담겨있어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감싸안아주네. 위로해주는건가. 지지해주는건가. 손은 시린데 몸은 나른해지네. 좋다...'


평일 낮에 느낀 겨울 햇살이라 그런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참고로 직장인이다...ㅎㅎ) 평소라면 답답한 사무실에 갇혀있어서 만나기 어려운 오후 2시의 햇살, 풍경이기에 유독 큰 의미로 다가온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매일 오후 2시의 햇살을 볼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감동을 느끼며 이 풍경들을 마주했을지. 어쩌면 결핍으로부터 오는 소중함, 감사함은 아니었을까.


우연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오후 2시의 겨울 햇살을 꼭 느껴보셨으면 한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아닌 '겨울' 한 낮의 햇살에는 그 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나는 어제의 2시 햇살에게 글감을 선물 받았다.

:)



작가의 이전글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