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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Nov 02. 2019

강하다는 표현 없이 강연정 표현하기

거리낌 빼고는 모든 것이 많은 사람

요즘 내가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고백하면 그는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주변인 중 가장 당황하지 않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아마 그는 뻘한 웃음과 기쁨을 터뜨려 나를 미소 짓게 할 것이다.
그는 많은 것이 많다. 사랑도 분노도 열정도 질투도 의리도 친구도 사연도 지식도 많다. 나는 가끔 그를 보며 넘쳐나는 어떤 것들에 대해 떠올린다.

많고 크고 넘치는 사람.

어떤 사람들은 작다나 적다로 대부분의 묘사를 할 수 있는데, 연정이를 표현할 때면 넘쳐나는 형용사를 죄다 끌어와야 할 것 같다. 그와 도무지 맞지 않을 내 몇몇 고요한 지인들을 떠올리며 혼자 피식거렸다.

네 앞에선 나도 덩달아 사랑이 많아져

그는 약속이 많으며 약속을 깰 일도 많다. 예상치 못한 재밌고 급박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서 연정과의 약속에는 늘 어떤 느슨함이 전제되어있었다.
이상하게도 몇 번의 약속 취소나 터지는 사건에도 그가 미워지지 않았다. 거리낌 없이 따지고 가감 없는 사과를 받는 일이 가능했다. 그에게는 껄끄러운 막이 없다. 솔직하고 깊은 얘기나 부탁을 해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그와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셈하지 않고 그를 떠올릴 것이다. 연정이는 거의 모든 것에 최선을 다 하고 찌꺼기 없는 거절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가끔은 너무도 날것의 언어나 고백에 당황하기도 한다. 욕지거리가 섞인 야한 말이나 다수 앞에서의 벌게 벗는 솔직함은 나를 당황시키고 두 눈을 감게 하고 결국 웃겨낸다. 내가 가진 솔직함과는 사뭇 다른, 농익고 골이 깊은 진솔함이 작고 옹골진 몸 안에서 밖으로 자주 넘친다.


연정이와 내 사이에는 비밀이 없다. 어릴 적에는 나누고 싶어도 그럴 거리가 없어서 시시콜콜한 비밀으로 친한 친구사이를 허술하게 묶곤 했다. 우리에게 진짜 비밀이 생길 무렵부터, 그러니까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아도 무거운 비밀이 어깨 위에 옮겨 붙을 때부터 그것을 나눴다.

겁도 많고 눈물도 많았다. 그때도 그는 겁내는 내게 분노와 눈물의 찐한 위로를 건넸다.

지금 생각해보면 머리만 잔뜩 자랐지 여전한 뿌리를 지닌 그의 일관됨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그에게는 여자나 딸, 직원이나 애인 같은 수식어가 비좁아 보인다. 이렇게 풍파를 맞고 틀을 가져다 대는데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흡수하고 튕겨내는 그가 어떨 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면이다. 세상이 끝나기 1분 전에도 연정은 연정 일 것이다.

너 생각하면 술냄새 나

연정이 호쾌하게 개인적인 일을 안줏거리로 올릴 때도, 본인의 이야기를 기꺼이 분위기의 희생양 삼을 때도 그의 진짜 이야기는 묵직하게 아래에 내려있다는 걸 안다.
가볍게 보면 평면적인 듯 보이지만 다채롭고 풍부한 명암을 지닌 사람이다. 그것을 알든 모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정이를 좋아한다. 나는 그에게 대부분의 사람이고 싶지 않아 사랑한다 미리 말해두겠다.

가끔씩 오래 보자며 같은 노래를 다른 곳에서 듣던 스무 살의 우리는 지독하게도 가끔, 점점 오래 보고 있다. 빛바랜 추억을 같이 지니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일을 함께 쌓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20대 중턱 버전의 경험들은 다소 위험하고 모험적이기도 하지만 그의 호기로운 표정을 보자면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된다.

연정이의 다양한 표정을 계속 훔쳐보고 싶다. 볼 수록 흥미롭고 유쾌하면서도 응달진 구석이 있다. 그의 다채로운 팔레트에, 뻗어나가는 스펙트럼에 의미 있는 실패와 값진 성공과 많은 종류의 사랑이 채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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