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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Nov 12. 2019

우리의 대화가 서둘러 우리를 정의하곤 했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끝없는 말꼬리가 이어졌다

우리는 서로의 가슴팍과 정수리를 앞에 두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본인의 신념과 감정을 잘 알지 못했고 정의 내리려 부단히도 물장구를 쳤다.

그래서 같은 일을 두고 아주 좋아하다가 끔찍하게 싫어하기도,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말이 꼬이기도 했다.

입술 끝으로 퍼지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채로 꽤나 그럴싸한 대화 꾸러미를 쌓아갔다. 타인과 언어를 공유하면서 자신을 끌어냈다. 대부분의 경우 문장이 오가면서 생기는 의문과 답으로, 그 단어들로 스스로를 얼기설기 짝 맞춰 꾸리곤 했다. 내가 하는 말이 나를 구성하는 시기였다.


이때 우리의 나이가 스물다섯, 가을이 오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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