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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Jan 02. 2024

만만한 엄마는 만들어졌다

아빠가 무서워도 너무 무서워서 엄마가 만만해지기로 했다

아이들 아빠가 무섭다. 보통 무서운 게 아니다. 그가 무서움을 내뿜는 방식은 팩트 폭격이라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단호한 목소리로 팩트를 나열하며 잘잘못을 따지는 그의 앞에서는 엄마고 딸들이고 옴짝달싹 못하고 그저 고개를 떨구게 된다.


내가 혼나는 것이 아닌데도 하염없이 보들보들 약해 빠진 심장은 불안을 못 이겨 쿵쾅쿵쾅거린다. 아마 그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부터 결정했던 것 같다. 나라도 만만한 엄마가 되기로.




만만한 엄마는 보통의 엄마들의 대화에 잘 끼지 못한다. 엄마의 만만한 포지션에 대해 '남편에게 너무 잡혀 사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받고 핀잔 듣기 일쑤다.


아이들이 비빌 구석을 조금이나마 만들어줄 수 있다면 대화에 못 끼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이 내 말을 듣지 않을 때면 지금까지 내가 고수해 온 '만만한 엄마 포지션'에 대해 큰 의문을 품곤 한다.




엄마로서 계속 이렇게 만만해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키우다간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면 어쩌지?


마냥 속편하게 살 것 같지만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엄청 자주 하는 편이다.


완벽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세계에서의 나만의 생존 방식, 만만한 엄마가 되는 것. 동시에 올바른 사람으로 키워내야 하는 부담감까지..


만만한 엄마 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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