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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Dec 25. 2023

땅에 떨어진 옥수수가 아까워 뱉어버린 말

타인은 존중하면서 아이에게는 함부로 한다.

오랜만에 옥수수 트럭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만원 어치를 샀다. 아저씨 눈에는 콩알만 한 딸들이 귀여워 보이셨는지, 서비스로 한 개를 통째로 반으로 뚝 가르시고는 나무젓가락을 꽂아 간식을 하나씩 뚝딱 만들어 나눠 주셨다. 그걸 받아서 신이 난 아이가 유난히 까불대며 이리 뛰고 저리 뛰더니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옥수수를 통째로 땅에 툭 떨어뜨렸다.


떼구르르르르... 아직 한 입밖에 먹지 못했는데 털어 먹지 못할 만큼 더럽혀진 옥수수가 아깝기도 하고 아저씨께 미안한 마음도 들어서 구겨진 표정과 함께 홧김에 짜증 섞인 어떤 말을 내뱉.


그 말을 들은 딸은 한참을 토라져서 집까지 나랑 따로 걸어갔다. 그때까지도 내가 한 말이 대수롭게 한 말이 아니기 때문에 기억이 점점 휘발되는 중이었다. 그런데 딸이 토라진 이유를 집에 와서 물어보니 엄마한테 혼나서라고 했다. 말이 '혼나서'지, 엄마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는 말일 것이다.


"아니, 엄마라고 그런 말도 못 해? 그럼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일단 아이의 말을 참고하여 내가 뱉은 말에 대해 곱씹어보기로 했다.




내가 그때 내뱉은 말은 이거였다.


"어이구~ 너 까불 때부터 알아봤다. 얼른 여기 주워 담아."


상처 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입장을 바꿔서 만약에 내가 그 말을 들었다면 기분 상할 만하긴 다. 떨어진 옥수수가 아깝기도 하고, 조심성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도 직접 느끼고 있는데 옆에서 그런 말까지 하면 기분이 더 안 좋아지는 건 당연했다.


과연 내가 아끼고 친한 친구가 그런 상황이었더라도 그렇게 말했을까? 아닐 것 같다. 만약 나와 인격적으로 대등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성인이 그런 일을 겪으면 나는 "아이고, 아까워서 어떡해요." 정도로 얘기하고 그치지, "조심하지 않으실 때부터 알아봤어요."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내가 한 번만 더 생각해서 옥수수가 떨어져서 속상했겠다고 말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 적어도 짜증은 내지 말고 웃으며 농담으로 얘기했더라면, 아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옥수수와 딸의 마음 둘 다 잃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엄마라서 저 말이 튀어나와 버린 걸.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 같은 걸. 왜냐하면 딸과 나는 엄밀히 말해서 대등한 관계는 아니니까. 조심성 없는 행동은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으니까.


렇다고 해도, 앞으로 똑같은 말을 내뱉더라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완곡한 표현을 하면서 타이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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