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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Dec 24. 2023

다른 친구들은 얼마만큼 해?

예쁜 말은 쉽지만 판단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 과정에 줄넘기가 생기기 시작하여, 2학년이 되자 '급수표'라는 것이 생겼다. 제일 낮은 1급부터 제일 높은 20급까지, 한 발로 또는 양발로, 앞으로 또는 거꾸로 뛰기, 이런 식이다.


2학년의 끝무렵, 마지막 줄넘기 시간에 최종 급수를 확인했다. 2년 내내 큰 연습이나 관심이 별로 없었어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5급 이상 못 넘어갔다.


최종 급수를 확인한 그날, 조금 아쉬웠는지 하교 후 엄마가 보는 앞에서 줄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앞에서 1급부터 차례대로 미션 성공하는 모습을 다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자기 줄넘기 줄에 따끔하게 맞아 가며 꼬박꼬박 하나씩 달성해 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비록 비공식이지만 최종 6급 성공으로 마무리되었다.




진작부터 줄넘기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방과 후 줄넘기 수업은 경쟁이 치열하여 아무나 못 들어가는 지경이지만, 어쨌든 한 번이라도 듣고 나오면 누구라도 속성으로 줄넘기 고수가 되어 있었다. 줄넘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숱하게 많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딸들은 줄넘기 부문에서 많이 뒤처질 것임을 알고 있는 나는 이 질문이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다른 친구들은 몇 급까지 해?'

'20급까지 다 한 친구도 있지?'

'너네보다 못하는 친구도 있어?'


하지만 참았다. 굳이 그 말을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비교하는 습관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고, 괜한 비교로 인하여 나의 멘탈도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줄넘기 활동이 성취감을 높이기에도 좋고 체력 단련에도 좋아서 내가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과거의 선택들의 결과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때인 것이다. 지금 그 자체를 그렇다고 받아들이면, 적어도 줄넘기 활동이 즐거웠다는 기억이라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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