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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Dec 22. 2023

아이가 받은 선물은 아이의 것이다

아이 선물을 내 것처럼 여겼을 때 아이의 반응

아이들이 타르트를 선물 받았다.


요즘 제일 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는 언니께서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라며 아이들에게 각각 세 조각씩 사주신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혼자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 타르트는 여섯 조각이나 되는 걸 보니 가족이 나눠먹기 딱 좋겠다.'


'아이들은 타르트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겠지? 평소에 사달란 소리도 안 했고, 장난감보다 더 좋아하진 않을 거니까.'


그래서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내 멋대로 "엄마 하나 먹을게~ 고마워~" 라며 한 개를 뺏어 먹고, 다음 날에는 물어보지도 않고 아침 가족 식사 때 한 개를 조각내어 식탁에 올렸다.




자기주장 강한 아이가 은근슬쩍 불쾌감을 드러냈다.


"엄마, 타르트 우리가 선물 받은 건데 엄마가 말도 없이 조각 내서 조금 속상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황당했다. 그래서 맞받아쳤다. "선물은 너네한테 했지만 주는 마음은 안 그럴걸? 가족이 다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실걸?"


한참을 생각해 보던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직접 물어보신 거 아니지 않아요...?"


살짝 아차 싶었지만, 어른들의 마음이 으레 그렇다며, 그 사람이 좋으면 그 가족도 좋아서 다 같이 나눠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클 거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래도 아이는 자기가 선물 받은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더 이상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이가 욕심이 많은 것 같고 나눌 줄 모르는 것 같아서 아이의 앞날이 걱정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가 또 시간이 지나서 결정적인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나는 결국 아이의 말에 납득되고 말았다.


"마이쮸 그냥 사 먹는 것보다 선생님께서 칭찬하시면서 주시는 게 더 소중하잖아요. 그게 선생님의 마음이 들어있어서 그런 거예요. 타르트도 마찬가지로 이모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 소중해요."


그러면서 "그래도 남은 건 나눠 먹을래요."라며 엄마의 생각도 일부는 인정한다는 듯이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이 타르트를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엄청 좋아하고 먹고 싶었던 것이었고 또 먹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과한 리액션이 없어도,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다. 거기서 또 하나 배웠다.


우리 가족은 그 언니께 표면적으로는 타르트를 선물 받았지만, 그 타르트로 인해 더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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