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교과 과정에 줄넘기가 생기기 시작하여, 2학년이 되자 '급수표'라는 것이 생겼다.제일 낮은 1급부터 제일 높은 20급까지, 한 발로 또는 양발로, 앞으로 또는 거꾸로뛰기, 이런 식이다.
2학년의 끝무렵, 마지막 줄넘기 시간에 최종 급수를 확인했다.2년 내내 큰 연습이나 관심이 별로 없었어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5급 이상 못 넘어갔다.
최종 급수를 확인한 그날, 조금 아쉬웠는지 하교 후 엄마가 보는 앞에서 줄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내 앞에서 1급부터 차례대로 미션 성공하는 모습을 다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자기 줄넘기 줄에 따끔하게 맞아 가며 꼬박꼬박 하나씩 달성해 가는 모습이 기특했다.비록 비공식이지만 최종 6급 성공으로 마무리되었다.
진작부터 줄넘기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게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방과 후 줄넘기 수업은 경쟁이 치열하여 아무나 못 들어가는 지경이지만, 어쨌든 한 번이라도 듣고 나오면 누구라도 속성으로 줄넘기 고수가 되어 있었다.줄넘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숱하게 많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딸들은 줄넘기 부문에서 많이 뒤처질 것임을 알고 있는 나는 이 질문이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다른 친구들은 몇 급까지 해?'
'20급까지 다 한 친구도 있지?'
'너네보다 못하는 친구도 있어?'
하지만 참았다. 굳이 그 말을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비교하는 습관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고, 괜한 비교로 인하여 나의 멘탈도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줄넘기 활동이 성취감을 높이기에도 좋고 체력 단련에도 좋아서 내가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과거의 선택들의 결과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때인 것이다.지금 그 자체를 그렇다고 받아들이면, 적어도 줄넘기 활동이 즐거웠다는 기억이라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