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야, 이제야 알아봐서 미안해
다시 치열하게 고민해 본 글쓰기의 이유
2주 만에 만든 브런치북을 보고 뿌듯해하다가, 문득 다른 사용자들은 브런치스토리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그제야) 궁금해져서 둘러보게 되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나처럼 글자 수가 적은 글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보통 한 문단이 스마트폰 화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풍성한 것이 보통이었고, 구성이나 표현을 고민한 흔적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현실이 인지되며 초라한 기분이 들었고, 이렇게 대충 브런치북을 덜컥 발행한 것에 대해서 고심하여 브런치북을 만들어 내는 사용자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부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고민했다. 나는 왜 책을 내려고 하지? 책을 내면 수익보다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말은 익히 들어서 돈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성취욕? 아니면 명예욕? 그것도 아니면 진짜로 글이 쓰고 싶어서? 그렇다면 순수하게 글만 쓰고 싶다면 일기장에 쓰면 되지, 왜 브런치스토리에 쓰는 거지? 만의 하나 브런치스토리를 둘러보던 출판 관계자의 눈에 띄어 어떤 좋은 기회를 노력 없이 거저 얻으려는 알량한 심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밤낮으로 들었다.
그 생각들이 괴롭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글쓰기에 푹 빠져버린 것을.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냥 글쓰기의 재미만 느껴보기로 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매일 한 페이지만 써도 언젠가는, 10년, 20년이 걸려도 그 언젠가는 뭐라도 되어 있겠지. 아니, 꼭 뭐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어느 정도 편안해졌고, 글쓰기를 이전과 똑같이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원래 쓰던 것보다 '딱 한 문장만 더 쓰자'라고 다짐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지 3주밖에 안 지났지만 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책을 읽거나 오디오북을 들을 때,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글을 읽을 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사람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길래 도입부가 저렇게 매력적인 거야?', ' 나도 저렇게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저 간단한 말을 저렇게나 풀어쓸 수도 있구나.'
이제 내 검색어는 더 이상 '작가 되는 법', '편집자', '에디터'가 아닌 '글쓰기'가 되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업로드하는 이유는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장치로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마치 길을 모르고 등산하다가 중간 쉼터에 세워진 등산로 약도를 보고는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