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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Aug 19. 2024

성스러운 사랑 7화

1-7화 탐욕

 억수로 춥다.

 벌써 중학교의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우리 엄마는 대단하신 것 같다.

 중학교 입학 때 맞춘 교복이 졸업할 때 딱 맞다.

 1년에 10cm씩 딱딱 맞게 해 주신다.

 바지는 온통 짜깁기 하여 흥부 바지가 되었다.

 “시험 잘 쳤나?”

 “그저 그렇게 쳤다.”

 쥐똥이 힘없이 답한다.

 “이러다. 인문계 못 가는 거 아니가?”

 “설마? 잘될 거다. 걱정하지 마라. 오늘 병팔이 집에 모이기로 했다. 가자.”

 나는 쥐똥을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다.

 누가 누굴 위로하는지 모르겠다.

 나랑 쥐똥이 빼고는 공고, 상고 간다고 관심이 없는 놈들이다.

 

 골목길에 들어섰다.

 쥐똥이가 조용하게 속삭인다.

 “야! 돌아가자.”

 “왜?”

 “저기 끝에 가시나들이 담배 피우고 있는데?”

 “근데 왜 돌아가야 되는데?”

 “괜히 시비 붙어봐라. 피곤하다.”

 “아씨! 이 새끼 쫄았네.”

 나는 쥐똥이 때문에 돌아가려는데

 “잠깐만, 저기 저기 말자 같은데, 말자도 있는데?”

 이 새끼는 어디서든 말자를 잘 찾는 것 같다.

 “어디?”

 말자는 중1학년때 그 사건 이후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항상 집에서 말숙이 보살피고 얌전하고 착했는데 요즘 말자는 무섭게 변했다.

 어디서 그런 애들을 만났는지 모르지만 껌쫌 씹고 담배도 피우고 양아치 같은 애들하고만 어울리고 학교도 잘 안 가는 것 같다.

 오른쪽 앞머리는 항상 무스를 발랐는지 모르지만 눈을 가릴 정도로 하고 옷은 말 타려 다니는지 맨날 승마바지에 이상한 청자켓을 입고 다닌다.

 “야! 이말자! 이 가시나야! 옷이 그게 뭐꼬?”

 나는 말자 쪽으로 향해서 걸어간다.

 쥐똥이는 마지못해 내 뒤를 따라온다.

 그중에 덩치가 내 만한 아이가 앞으로 나온다.

 “저 새끼 뭐꼬?”

 “아이씨, 그냥 가라. 동우야 이 새끼 데리고 가라.”

 말자가 덩치를 말리면서 동우한테 협박하듯이 말한다.

 “가자. 그냥.”

 “있어봐라. 야! 가시나야! 담배 안 끄나. 철 좀 들어라 가시나야.”

 “그냥 좀 가자.”

 나는 못 이기는 척 쥐똥한테 끌러가면서도 말자 무리한테 삿대질하면서 아는 욕이라는 욕은 다한다.

 “아이 씨발! 분이 안 풀리네.”

 “근데 니 왜 그렇게 광분하는데?”

 “몰라! 우와 근데 봤나? 그 덩치 큰 가시나! 잘하면 한 대 치겠더라. 무섭더라.”

 “니 말자가 안 말렸으면 오늘 터졌을 거야. 하하하,”

 “죽을래! 시끄럽다. 나중에 4시까지 병팔이 집에 온나.”

 나는 쥐똥이랑 헤어졌다.     

 

 나는 병팔이 집을 우리 집처럼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병팔이 방문을 연다.

 아무도 없다.

 티브 소리가 안방에서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안방 문을 연다.

 “이 새끼 뭐...하”

 병팔이가 아니다.

 우리보다 2살 많은 혜영이 누나가 자고 있다.

 혜영이 누나는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다닌다.

 그래서 방학 때나 집에 온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는데 이불 사이로 누나의 속살이 보인다.

 나는 무슨 용기가 났는지 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안방 문을 닫는다.

 나는 혜영이 누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살며시 이불을 좀 더 들쳐 본다.

 하얀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원피스가 반쯤 감겨 허벅지 위에 까지 올라가 있다.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거는 동네에 소문이 나서 잘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진짜 이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나는 원피스를 좀 더 위로 걷어 올려 본다.

 누나의 하얀 팬티가 보인다.

 나는 다시 원피스를 내린다.

 원피스 위로 누나 가슴이 봉긋하게 튀어나와 있다.

 나는 봉긋한 누나 가슴모양을 따라 내 손도 봉긋하게 만들어 누나 가슴 위에 손을 살짝 올린다.

 속옷을 안 입은 거 같다.

 만진 것도 아니고 살짝 손을 올려 본 것인데 나는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나의 온몸에 전율이 흘려 나의 손은 떨리고 나의 아래는 뻣뻣하게 굳어 가는 것을 느낀다.

 나는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려간다.

 

 “병팔아~병팔아~”

 누가 왔다.

 나는 서둘러 나간다.

 혜영이 누나가 몸을 뒤집는 것 같다.

 “병팔이 없다. 나가서 기다리자. 근데 니 오늘 운동 안 갔나?”

 현관문 앞에서 전봇대 만한 놈이 소심하게 병팔이를 부르고 있다.

 “맞나? 없더나? 나가서 기다릴까?”

 “맞다. 없다. 나가자.”

 뭐가 맞는지 맨날 ‘맞나’다

 나는 차돌이를 데리고 나간다.

 차돌이는 키가 190이다.

 테니스 선수다.

 초등학교 때는 정구를 했다.

 중학교 가서 테니스로 바꿨다.

 성실하고 엄청 착한 놈이다.

 차영석이라 차돌이다.

 우리는 대문 앞에 나란히 앉는다.

 “근데 니 오늘 운동 안 갔나?”

 “씨발! 때리치우려고.”

 “왜?”

 “체고 가고 싶은데 엄마 말로는 돈이 필요하다고 감독이 지랄했나 보다.”

 “아이 씨발! 아직도 그렇나?”

 더러븐 세상이다.

 실력으로 가야 되는 학교를 아직 돈을 요구한단다.

 나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살짝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거려 줬다.

 이 녀석은 덩치는 산만하고 비정상적으로 오른쪽 팔뚝이 엄청나게 크고 헐크 같지만 진짜 착하고 순둥이다.


 “병팔이 없나?”

 골목 끝에서 추워 죽겠는데 쭈쭈바를 사이좋게 빨면서 철수랑 쥐똥이 온다.

 “쭈쭈바 먹어라. 받아라.”

 ‘휘이익’ 하고 검은 봉지가 날아오는 걸 차돌이는 습관적으로 쳐낸다.

 대문에 나란히 네놈이 앉아서 쭈쭈바를 물고 있다.

 나는 쭈쭈바가 무슨 맛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근데 이 새끼는 왜 안 오노?”

 철수가 투덜댄다.

 “야! 나는 안 되겠다. 배가 아파서 집에 갈게 내일 놀자.”

 “왜 차분거 먹어서 그렇나? 많이 아프나?”

 쥐똥이가 걱정해 준다.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미친놈! 너는 정신병자야! 미친놈 너는 성범죄자야! 이제 어쩔 거야 혹시 혜영이 누나가 아는 건 아닐까? 아니야 자고 있었어, 근데 나올 때 뒤척이는 것 같았어.’

 혼자 별생각을 다 한다.  

   

 “엄마~나 겨울방학 동안 독서실 다닐 거다. 돈 줘.”

 이건 뭐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이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얼마나 가는지 보자.”

 나는 혜영이 누나가 독서실 다니는 걸 알고 독서실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서실을 와본다.

 “뭐지 어떻게 하지? 저기요. 오늘 처음 왔는데요?”

 나는 신발장 옆에 안내라는 표지판이 붙은 조그마한 창문을 열었다.

 “응~한 달? 아니면 하루?”

 아줌마가 머리만 빼쭉 내민다.

 억수로 착하다.

 “한 달요. 근데 자리는 어떻게?”

 “방학이라 자리 많아. 들어가서 빈자리 보고 와서 번호 말해.”

 “네! 근데 이혜영 누나 다니죠?”

 “혜영이? 아직 안 온 거 같은데 혜영이는 왜?”

 “아니요. 사촌 동생인데요. 이것 좀 주려고요.”

 “줘~내가 자리 위에 갖다 놓을게.”

 나는 오면서 사온 초콜릿을 주섬주섬 꺼내서 아줌마를 준다.

 ‘혹시 아줌마가 먹으면 안 돼요’라는 무언의 협박을 눈빛으로 보낸다.

 ‘뭐지 이놈’ 아줌마는 내가 이런 거나 먹을 사람으로 보이나?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다.

 나는 몇 번을 휴게실 가는 척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진다.     

 

 나는 쪽 유리문을 열면서 “아줌마 혜영이 누나 왔어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3일을 초콜릿을 줬다.

 근데 한 번도 안 마주친다.

 이상하다.

 나는 밤 11시가 다 되어 투덜거리며 독서실을 나왔다.

 “야! 같이 가자.”

 누군가가 팔짱을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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