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45
댓글
10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꾸니왕
Aug 09. 2024
빨간 앵두
수줍음
우리는 말이 없었다.
침만 꿀꺽 삼키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 들,,,, 뭐,,, 하,,, 노?"
엄마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뒷산에서 아니 적어도 지리산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 할거 없이 비디오로 손이 갔다.
이런 맘이 너무 급한 나머지 뭔가를 잘못 눌려
그만 비디오테이프는 씹혀서 그만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않은 상태로 걸쳐 버렸다.
"내 간디 알아서 해라."
썩을 놈은 문을 열고 나가 버린다.
"왜? 벌 시로 가노, 밥 먹고 가지"
"아니예 엄마가 밥은 집에서 묵으라 했어 예"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이 새끼 매번 우리 집에서 밥을 먹는다.
엄마도 어이가 없는지
"그. 래. 가라이"
일단 텔레비전을 끄고 아무 일 없는 듯이
내방으로 들어갔다.
한참 뒤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 티브가 안 나온다. 좀 만져봐라."
내 나이 중1학년을 막 올라갔다.
내가 어찌 안 나오는 티브를 고치겠는가?
우리 나이 때는 안다.
비디오가 티브 밑에 붙어서 나온 비디오 티브를
당연히 비디오테이프가 씹혀서 오도 가도 못하니 티브가 안 나오지
나는 식은땀이 났다.
아버지가 오셨다.
탁탁 치고 비디오테이프를
드라이버로 누르고 이것저것
만진다.
긴장된다.
드디어 모습이 보인다.
빨간색 스티커에
'빨간 앵두 3'라고 적혀 있다.
시리즈로 나왔다.
나는 5까지 보고 시시해서 안 봤다.^^
(공부한다고 안 봤다.)
아버지는 씨익 웃는다.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온다.
나는 아마 그때부터 등짝
스매싱을 맞았나 보다.
우리 엄마는 동네에서 유명한 타짜다.
고스톱을 좋아해서
손목 힘이 장난 아니다.
아프다.
어느 4월 봄
앵두꽃이 수줍게 나를 쳐다본다.
앵두꽃 꽃말은 '수줍음'이다.
앵두나무꽃
keyword
비디오
앵두
메아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