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히려좋아 Jul 29. 2022

한 해의 중간에서 건네는 책

『계절 산문』을 읽고 씁니다.

『계절 산문』

어느새 올해도 절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집어낼 수 없지만, 6월 30일에서 7월 첫날로 넘어갈 때는 초여름에서 ‘진짜 여름’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일 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눴을 때, 7월 1일은 하반기의 시작으로 올해 제2막이 시작되었다는 기분에 조금은 설렙니다. 그래서 7월의 첫날은 5월 1일이나 8월 1 일을 받아들이는 자세와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예기치 않은 비 소식과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는 지금,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소개해 드릴 책은 박준 시인님의 『계절 산문』입니다. 이 책은 책 제목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간순간을 담았습니다. 


일월부터 십이월까지의 12개의 글과 더불어 계절 흐름에 따라 작가님이 느꼈던 기분, 생각, 감정을 차곡차곡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 순간을 담은 문장을 골라봤습니다. 박준 시인님의 문장을 통해 잠시나마 그 계절을 느끼기 바라는 마음으로요.



여리고 순하고 정한 것들과 함께입니다. 살랑인다 일렁인다 조심스럽다라고도 할 수도 있고 나른하다 스멀거리다라는 말과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여름
낮이 분명하게 길어졌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저의 하루를 살아가느라 이렇게 지쳤는데 어둠은 조금 전에야 막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허정허정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초입에는 어느 집 담장 너머 만발한 능소화들이 이정표처럼 서 있습니다. 이 길이 제 집으로 가는 길이 맞는다는 듯이, 혹은 지금부터가 여름이라는 듯이.
가을
선배가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가'라고 운을 떼면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고 이어 ‘을'이란 음을 붙이면 그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듯했습니다. 
겨울
겨울이 오는 소리는 무엇일까요. 불어오는 바람 소리일까요. 조금 열린 창문을 다시 꼭 닫는 소리일까요. 손등에 마른 입술을 비벼보는 소리일까요. (중략) 이 모든 소리와 소리들. 그 위로 소리도 없이 곧 내릴 눈. 그 눈을 보려고 내가 다시 눈뜨는 소리일까요. 


바삐 살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꽃 내음, 비에 젖은 흙냄새, 붉게 변하는 낙엽, 눈을 밟을 때 뽀드득 나는 소리처럼 그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문득 계절이 찾아오는 순간과 절정의 순간들을 놓치면, 제가 여유 없이 살고 있구나를 자각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어떠세요? 지금 이 여름은 온전히 즐기고 계시나요, 아니면 여유 없이 일상을 보내고 계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미 지나간 계절을 돌릴 수는 없으니, 이 책을 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작가님의 담담하면서도 다감한 문장으로 그 계절을 흠뻑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계절 산문』을 읽고 전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게요.

작가의 이전글 2022년도 찬란할테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