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종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강원국 작가님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스스로를 '관종'이라 일컫는다. 누가 알은체를 하거나,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등 그를 향한 모든 종류의 관심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스스럼없이 관종(관심종자) 임을 고백한다.
나도 고백한다. 나도 관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쓴다. 사실 아직 내가 강원국 급의 셀럽이 못되기에 누구도 날 알아봐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누군가 나와 내 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글쓰기라는 작업 자체가 관종에게 특화된 작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나'로 시작해 '나'로 끝나는 작업이다
관종은 관심을 갈구한다. 관종의 관심 대상은 누구를 향하는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나'라는 존재이다. 우리는 '나' 스스로 때문에 관종이 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 관종에게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글쓰기가 바로 그런 방식이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어떤 순간보다 '나' 스스로에게 더욱더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강원국 작가님의 말씀처럼 '누구나 말하고 쓸 때 가장 나답기' 때문이리라.
글쓰기는 세상 그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나'에서 출발해서 '나'로 끝나야만 한다. 끊임없이 나에 대해 집중하지 않으면, 내 생각을 온전히 쏟아내지 않으면 글쓰기는 완성될 수 없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공부하겠지만, 모든 글은 참고일 뿐 남이 쓴 글이 내 글이 될리는 만무하다. 글은 그 누구도 나 대신 쓸 수 없다. 조정래 선생님은 '사랑하는 아내가 원고지 한 장 대신 써줄 수 없고, 사랑하는 아들도 마침표조차 대신 찍어줄 수 없는 게 글쓰기'라고 했다. 하루키도 '글을 쓰는 사람에게 펜이나 키보드를 넘겨줄 불펜투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나의 생각을 정제해내지 않으면 글쓰기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일은 가장 '나'답게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글쓰기 나를 정제하고 제련하여 '나'를 단단히 하는 작업이다
나는 여기서 건강한 관종과 그렇지 않은 관종을 구별하고자 한다. 건강한 관종이란 누구인가? 나 자신이 중심이 되며 그 중심이 단단히 세워져 있다면 그 사람은 건강한 관종이다. 그러나 관심을 위한 관심을 갈급하는 사람이라면, 관심 앞에 너무도 쉽게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잃는 사람이라면 이는 건강하지 못한 관종이다. 전자라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도 '표현'이라 불릴 수 있지만, 후자라면 어떻게 포장해도 '어그로'일뿐이다. 우리는 이미 다년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어그로'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를. '어그로'는 양치기 소년처럼 한 두 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몰라도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기왕 관종이 될 거라면, 좀 건강한 관종이 돼야 하지 않을까?
글쓰기는 건강한 관종의 표현방식이다. 글쓰기는 나의 중심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관종이 되려면 자기만의 중심을 잡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던지는 뚜렷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메시지는 처음부터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차차 그 색을 선명하게만 하면 된다. 글을 쓰기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내가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두 번, 세 번 더 고민하게 된다. 또 남들은 어떻게 말했는지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그동안 곱씹어온 생각과 공부한 내용이 한 편의 글로 정리되며 내 생각을 정제하게 된다.
내게 글쓰기는 단순한 감정의 배설이라기보다는 생각의 정제 과정이고 제련과정이었다. 누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나만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글쓰기 전의 삶과 글쓰기 시작한 후의 삶이 달라졌다. 내게 글쓰기란 나의 삶을 더욱더 단단하게 완성해가는 수련 과정이다. 유튜브의 시대에도 내가 계속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다.
건강한 관종을 위한 제안, 글쓰기
우리가 건강한 관종이라면, 어쩌면 글쓰기라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언젠가 맞닥뜨려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장 '나'답게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색깔을 발해야만 하니까. 물론 나도 사람인 이상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글을 쓰면 기분이 좋고, 누군가 따봉을 눌러주면 기분이 좋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관종이다. 그러나 우리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모든 글이 다 반응이 좋을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내 글에 관심 가질 수도 없다. 그러니 지금 쓰는 글이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좋아요나 공유수가 안 나온다고 슬퍼할 이유도 없다. 온전히 글을 써 내려가는 이상 글쓰기 전의 우리와 글을 쓰고 난 후의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테니까. 어떻게든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조금이라도 우리의 색을 진하게 발하는 사람이 될 테니까.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건강한 관종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글쓰기가 참 좋았다.
당신도 건강한 관종이라면 우리 함께 글을 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