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마음이 조금 답답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킥킥대고 짠해하는 동안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었다. 그리고 책을 덮을 때쯤에 나는 이미 조금 행복해져 있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도 말이다.
책의 대부분동안 작가는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누구보다 잘 까부는 프로 까불이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작가는 때로는 100원 단위를 아끼기 위해 처절히 살아가는 막내 작가가 되기도 하고, 리비아로 떠난 아버지의 안녕을 기도하는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온 마음을 내던져가며 사랑하는 사랑꾼이 되기도 한다.
가장 좋은 글은 읽는 이가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막내 작가로서, 어린아이로서, 사랑꾼으로서 말하는 그 과정을 따라가며 참 많이도 웃었고 가끔은 함께 짠하기도 했으며 몇몇 지점에서는 함께 설레기도 했다. 그러니 최소한 이 책은 내게 아주 훌륭한 책이다.
페이지가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그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언젠가 이 이야기가 끝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페이지 넘기는 게 아까웠다. 하지만 금방 또 문장 곳곳에 매복해있는 웃음 포인트들을 만나며 무장해제가 된 채로 그저 이야기 하나하나를 만끽하기로 했다.
나 혼자 책을 읽고 있었지만 괜히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책의 끝에서 '나는 존나 짱이다'는 작가의 말을 함께 외치고 있었다. 너님 겁나 짱 맞는 듯ㅇㅇ. 인정백만개.
작가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많이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행복이 독자에게 스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가 진심으로 바랬던 그대로 그의 행복이 내게도 전이됐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프거나 망할 것 같을 때, 조금 더 행복하고 야하게 살고 싶을 때마다. 아니, 그냥 가끔씩 아무 이유 없이 이 책을 펼쳐보고 다시 또 행복해져야겠다.
누군가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반드시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