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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un 19. 2018

페널티킥을 내주고 싶은 수비수는 아무도 없다

괜찮아 울지마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어제(6/18)는 대한민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첫 경기(v 스웨덴)가 있었다. 아쉽게도 페널티킥을 내주며 우리나라는 1:0으로 스웨덴에 패배하고 말았다. 모두들 이번 월드컵이 쉽지 않을 것임은 예상했지만 대표팀의 경기 내용은 보는 내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내용들을 보다가 한 선수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경기의 승부처였던 페널티킥을 내준 김민우 선수였다.


울음 터진 김민우..."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비디오 머그)

무거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한 김민우 선수.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깊은 한 숨을 내쉰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김민우 선수.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다.
한국에서 응원했을 팬들, 함께 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김민우 선수

단 1골 차 경기였다.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잘하면 비길 수도 있겠는데?'했던 경기였다. 김민우 선수가 내준 페널티킥은 분명 승부를 가른 승부처였다.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본인의 실수가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고 말하는 김민우 선수. 옆에서 다들 '괜찮아'라고 말해도 내려놓을 수 없는 무거운 마음의 무게. 내가 본 것은 김민우 선수가 아니라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페널티킥을 내주고 싶은 수비수는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는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 이 세상에 페널티킥을 내주고 싶은 수비수는 아무도 없다. 이 세상에 포볼을 내주고 싶은 투수는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 원하지 않았지만, 100% 항상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우리는 실수를 한다. 그 실수의 무게감을 느낄 때면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왜 난 항상 이럴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언제나 Professional 하고 싶고 분명 몇 번을 더 챙겼다고 생각했는데도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게 실수다. 아기가 걷기까지 수 없이 넘어진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잘 알지만 실제 우리가 실수했을 때는 한 번의 넘어짐으로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린 남에게 보다 늘 자신에게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군가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면서
우리가 얻으려는 건 대체 뭘까

-KBS <굿바이, 솔로>

열심히 하다 그런 건 데 뭐 어떡해. 프로는 결과로 얘기하기에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건 맞다. 하지만 세상은 절대 경기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때로는 스스로에게 가혹해야 할 때도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스스로를 무너뜨릴 정도로 자신을 너무 학대하지는 말자.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처절한 자기반성만큼이나 따뜻하게 스스로를 안아주기도 하자. 우리는 죽기 전까지는 계속 성장 중이다. 우리가 얻을 것은 성공 아니면 경험일 뿐이다. 진짜 Professional 한 것은 한 번의 실수로 무너져 내리며 자책하는 것이 아니다. 쓰러질 때마다 나름의 교훈을 주워서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털고 다시 일어나 전보다 더 열심히 뛰는 것이다. 


패배는 11명 전원의 패배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주니어 레벨을 벗어났거나 팀의 리더라면, 팀 내에 실수가 많은 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 쟤는 왜 저러지'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크든 작든 실수를 하는 과정을 거쳐 성장했듯이 누군가도 실수를 하고 다시금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팀의 패배는 한 선수의 패배가 아니라 11명 전체가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다. 한 선수가 무력감에 쓰러져 있을 때 '너만의 실수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한 번 더 손을 건네자. '내가 어떻게 일일이 하나하나 다 챙겨', '나 땐 그런 선배 없었는데?'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더더욱 그런 선배가 되고 후배의 마음까지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선배가 되려 노력하자. 팀으로서 함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제 아무리 잘나 봐야 3인분 역할을 넘지 못한다. 11인분의 팀으로 멋지게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자.


보통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월드클래스 대회들을 '꿈의 무대'라고 부른다. 스포츠 만화같이 오늘을 발판 삼아 멕시코, 독일을 차례대로 격파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김민우 선수와 우리 대표팀이 '꿈의 무대'에서 프로답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대표팀이 성장하듯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도 그리고 어딘가에서는 열심히 살아갈 실수 많은 그 누군가도 멋지게 성장하자. 언제나 힘들고 지치는 날들이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꿈의 무대'에서 프로답게 실수하고 프로답게 일어나며 아름다운 플레이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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