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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an 01. 2020

[2019 회고]꿈만 같았던 한 해를 보내며

2020년엔 더 조심하지 말자

2019년도 지나간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2019년도 12월 31일은 왔다. 올해는 이상하게 연말 느낌이 나지 않는다던 사람들도 다음 날이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드디어 설레는 모양이다. 요일조차 잊고 사는 내게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은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진부할지라도 오늘만큼은 보통 사람처럼 그 설렘에 동참하고 한 해의 문을 닫으며 2019년을 돌아봐야겠다. 내게 2019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으니까.


2019년 1월,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2018년 중순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에 누군가 귀를 기울여 주고 반응해준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좋았다. 한번 관심을 받기 시작하니 내 속의 관종이 고개를 바짝 들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졌고 더 잘 쓰고 싶어 졌다.


2018년 12월, 강원국 작가님을 실제로 뵀다. 글 잘 쓸 것 같은데 계속 써보라는 그 말이 내게 기름을 부었다. 신나게 글을 썼다. 주요 포털에 내 글이 노출되고 주변 사람들이 글을 잘 읽었다며 링크를 보내주는 경험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2019년 1월, 인생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이성당 사장님을 뵀다.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라는 브런치에 쓴 글 하나 덕분에. 어쩌면, 정말 운이 좋으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이었다. 내 군산 살이 숙원사업 중 최상단 리스트는 이성당 사장님을 뵙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이성당 사장님을 뵙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코웃음 섞인 응원을 보냈다. 사람들이 그렇게 코웃음 치던 꿈만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https://brunch.co.kr/@kkw119/85/


세상에, 이게 된다고?

꿈만 같던 그 순간 나는 내게 2019년은 완전히 새로운 해가 될 것을 직감했다.


2019년 3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이성당의 순간 이후 거짓말 같은 한 해가 시작됐다. 이성당 사장님을 뵙게 됐던 것처럼 성심당 대표님도 뵐 수 있었다. 그러더니 심지어는 제6회 브런치 북 대상에 선정되어 내 이름이 박힌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됐다. 죽기 전에 언젠가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겠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룰 수 있을지 몰랐다. 정말 꿈만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감정의 그릇을 넘쳐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까지는 내게는 그런 경험이 딱 세 번 있었는데, 그중 두 번이 모두 올해의 경험이다. 하나는 이성당 사장님을 만나 뵙게 된 일, 하나는 제6회 브런치 대상 수상 사실을 알게 됐을 때다. '언젠가는 나도...'라고 꿈으로만 간직해왔던 일들이 눈 앞에서 현실이 된 한 해였다. 그때의 그 날을 생각하면, 오늘도 마음이 설렌다.


난생처음 출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부족한 내용에 대한 원고를 채워나갔다. 좋은 책을 만들자는 일념 하나로 편집자와 함께 힘을 모았다. 감사하고 소중한 분들께 추천사도 받았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 와중에도 매장에서는 온갖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기쁘게 책 짓는 작업을 했다. 잠을 줄여야만 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2019년 9월, 깨고 싶지 않은 꿈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교보문고에 걸린 내 사진을 보던 날을 잊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사인을 하던 그 자리 그곳에 내 얼굴과 내 책이 놓였다. 그때 나는 정말 광화문에서 종각까지 전력질주로 100번을 하래도 했을 정도로 흥분했다. 같이 서점을 방문한 형에게 "형, 저거 나야."라는 말만 한 삼십 번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손으로 직접 만졌지만, 믿을 수 없었다. 세상 그 어떤 약을 해도 이렇게 흥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 차리기 어려웠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이 시작됐다.


감사한 분들께 책을 들고 인사를 드리러 갔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친구들도 책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됐다. 그 누구도 실체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베스트셀러 딱지도 붙어봤다. 여기저기 초청돼서 마이크도 잡게 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워낙 말하는 것과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경험들이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재밌었다. 글로만 소통하던 독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책이 나오고, 인터뷰를 하고, 라디오에 책이 소개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진행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사람이다. 귀찮을 수도 있는 나의 부탁을 내 친구들은 성심성의껏 들어주었다. 선뜻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내가 손 내밀었을 때 언제든 내 손을 잡고 두 팔 걷어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누가 뭐래도 나는 잘 될 수밖에 없다.


2019년 행복하고 감사한 한 해였다

2018년을 시작하는 그 시점에서, 난 참 많이도 불안했다. 나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가는 이 길이 분명히 맞는 길인지. 혼자서 고민에 고민을 더해가도 '그렇다'는 대답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차 '그렇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를 그려낼 수 있었다.


2019년에 나온 제6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책은 아니다. 2018년 그리고 그 이전부터의 고민과 나의 삶이 녹아져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글들은 모두 그 기간 동안 토해내듯이 썼다. 내 속에서 차고 넘쳐서 누군가에게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썼다. 그래서 하나하나 소중한 나의 생각이고 소중한 나의 첫 책이다. 2019년은 그런 나의 생각을 나누는 한 해였다. 채우는 것만큼이나 나누는 것도 소중한 순간이었고 분명히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책이 출간된 이후 양적 지표도 성장 했다. 2018년 반년만에 얻었던 700명 넘는 구독자, 90만 뷰가 넘는 조회수는 1년이 지나 2019년 약 2,100명, 120만 뷰로 늘었다. 통장 잔고도 아니니 구독자 수나 조회수 같은 양적 지표가 내게 큰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이 지표들은 작년의 나보다 조금씩 조금씩 한 발 한 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양적 지표가 성장하면 할수록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났고 나는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한 해였다.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만으로도 참 많이 감사한 한 해였다.

올해도 나는 작년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음에 만족한다.


2020년, 한 번 더 조심하지 말자

나는 매해 내가 잊고 싶지 않은 문구 혹은 문장을 품고 계속 되뇌이며 산다. 내가 퇴사와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던 그 해의 나의 문장은 'Gefährlich leben(위험하게 살아라)'였다. 어느덧 장사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글을 쓰는 일, 잘 알지 못해도 먼저 얼굴을 들이밀며 인사하는 일 등 2019년 한 해 내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 모든 일은 위험하게 살아서 얻어진 결과였다. 다시 한번, 안정이 주는 달콤함에 너무 취하지 않기로 했다.


2020년의 문구는 '조심하지 말자'로 정했다. 나는 사고를 치지 않으려 조심하기보다 사고를 잘 치고 잘 수습하는 것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올해도 신나게 사고를 쳐보려고 한다.


더 좋은 글, 특히 내가 여태 써보지 못한 아름다운 글들을 써보고 싶어 졌다. 2019년에 했던 잊지못할 기억 중 하나는 '좋은 글이 가진 힘'을 확인한 것이다. 정말 잘 쓰여진 좋은 글은 누군가에게 소중히 가닿을 수 있다. 그것이 위로의 형태든 응원희 형태든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나도 한 번 써보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껏 읽지 않았던 글들을 읽어야 하겠고 지금껏 써보지 않은 글들을 써봐야 한다.


지금의 비즈니스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졌다. 왜 회사는 항상 비상경영일까 궁금했는데 해보니 알겠다. 경영환경은 불안정하니 매년 비상일 수밖에 없다. 쉽지않은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유의미하게 나아가고 있지만, 조금 더 욕심 내보기로 했다. 올해는 조금 더 나은 지표들을 얻고 싶어졌고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어졌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올해는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에너지는 꿈틀거린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하고 싶은 더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십시일반과 고사리희망장터는 유의미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동네에만 머물렀다. 이런 행사들이 충분히 가치를 가진다면, 더 확산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더 넓은 범위에서 이런 행사들을 실행해보고 싶어졌다. 십시일반이나 고사리희망장터를 처음 기획하면서도 막연하게 그렸던 그림인데 올해는 그 그림에 조금씩 더 다가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계속 다음에 뭐하지를 막연하게 고민하기만 했다. 이제서야 퍼즐들이 조금씩 맞아가는 느낌이 든다. 2020년 올해는 왠지 사고를 더 많이 칠 수 있을 것같다. 그리고 퇴사의 그때처럼 다시 한번 큰 인생의 전환이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겁 없이 위험하게 살던 그때의 나처럼, 다시 한번 조심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좋은 사람, 좋은 책 그리고 브런치와 함께라면 2020년에도 좋은 질문을 던지고 더 좋은 답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나도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도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 다채로운 색들이 덧입혀지고 있다고 믿는다.


2020년에도 더더더 조심하지 말고 사고 많이 쳐야겠다.

우리는 앞길이 무지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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