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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an 01. 2019

[2018 회고]연초의 질문과 연말의 대답

올해도 쓱 지나간다

12월 31일 자고 일어나 1월 1일 눈 뜬다고 해서 세상이 무언가 대단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제 익숙해졌다. 그러나 사형 날짜를 받은 채 하루하루를 죽여가는 사형수가 아니라면 우리 모두에게 12월 31일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해가 바뀌어도 자고 일어나면 일상이 계속되는 하루이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날에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한번 잘 살아보자는 파이팅해보는 것도 오늘만큼은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리.


2018년 초의 질문 : 나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가

2017년 연말의 나는 참 많이도 불안했다. 글쎄 왜였을까. 아마도 '나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지금 하는 일 그대로면 나는 계속 성장할 수 있는가. 돈은 좀 더 벌 것 같긴 하지만 과연 이것으로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 많이도 불안했고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누군가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게 답을 줄 수 없었다. 흔들리는 불안을 자초한 이상, 사회가 인증해준 기찻길 같은 Track을 벗어난 탈선 인생을 사는 이상, 답은 내가 알아서 찾아야만 했다. 어차피 사는 건 답 없는 세상에서 나름대로 내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었던가.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 과정에서 책 읽기는 취미였다기보다는 생존활동이었다.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책 속에 내게 꼭 맞는 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작은 단서들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 책을 이렇게 많이 읽은 건 군 복무 시절 이후 오랜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 고마운 사람들과 끊임없이 함께 고민한 덕분에 올해 중순쯤부터는 멈춰서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한 발 한 발 내딛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잘 살까? 이렇게 살아도 되나?

언제나 고민의 출발점은 '어떻게 잘 살까'였다. 다르게 말하면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나?'에 대한 고민다.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조금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였다. 성장한 삶이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남이 따봉 날려주는 삶이 아니다. 과거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나 스스로 만족감이 들게 해 주는 그런 삶이 성장한 삶이다. 나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그리고 '무엇이 좋은 회사인가' 이 두 질문이 해결된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해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좋은 삶이란 내가 온전히 나로 단단한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저녁 9시쯤 저승사자가 내게 다가와 '3시간 뒤에 넌 죽는다'라고 말해도 크게 아쉽지 않은 그런 삶이다. 물론 남은 3시간 이내에 내 삶에 해보고 싶던 모든 것을 해 볼 수는 없겠고 후회가 하나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갑작스럽게 죽게 되긴 해도 오늘 하루,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그리 후회스럽지는 않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충분하리라. 어차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나도 죽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죽고 대통령도 죽고 노숙자도 죽는다.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면 왜 오늘만큼은 내 멋대로 살지 못하겠는가.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도 나답게, 나만의 가치에 온전히 힘을 쏟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야 했다. 3시간 뒤에 갑자기 죽어도 아쉽지 않으려면 오늘 당장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


무엇이 좋은 회사인가:

좋은 회사는 가치 있다고 믿는 목표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실천하며 성과를 내는 회사다. 누군가에게는 삼성이 좋은 회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파타고니아가 좋은 회사일 수도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좋은 회사가 바뀐다. 우리 각자가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 다르듯이, 좋은 회사에 대한 기준도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변한다. 보통 재무성과가 좋은 기업의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삶의 목적이 온전히 부의 축적에만 있지 않듯이 회사의 목적 또한 온전히 재무성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가 믿는 가치를 어떤 형식으로라도 구현해 내는 것 또한 기업의 주요 성과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


이 두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는 것으로 모아졌다. 가장 소중한 가게란 언젠가 누군가 2018년을 되돌아봤을 때 '그때 그 가게가 있어서 참 좋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들어 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올해에는 고객들과 함께 우리동네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십시일반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다. 또 십시일반의 나눔을 받은 어린이들과 함께 지역 어르신들을 돕기위한 고사희망장터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 난 이 시도가 내가 거둔 올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가치 있는 일을 해나가면서도 충분히 재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해였다고 믿는다. 작은 동네에서 시작한 작은 시도지만 큰 한걸음이었다.


2018년 말의 대답 : 나는 충분히 성장했다

감사하게도 올 한 해는 고민의 매듭 중 상당 수가 풀렸다. 앞으로도 어떻게 더 잘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겠지.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또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회사를 만들어 갈지가 구체화되고 있다. 물론 나의 삶은 일필휘지로 한방에 아름답게 그려지는 삶이 아니라 유화처럼 계속 덧입히며 구체화하는 삶이기에 아직도 채우고 덧입혀야 할 곳들이 무수히 많이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아무것도 없는 빈 캔버스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설렘으로 가득 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가능지로서의 씨앗과 같은 존재였다면 이제는 뭐가 어떻게든 싹을 틔워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브런치와 글쓰기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흩날리던 상념의 파편들을 조각맞춤하며 차분하게 내 생각을 다시금 정리할 수 있었다. 불안하기만 하던 내 마음도 생각이 하나하나 정리될 때마다 차분히 진정되고 있었다. 이제서야 나만의 호흡으로 한 발 한 발 나갈 준비를 마치고 있는 셈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는 마음은 4월에 처음 먹었지만 실제 첫 글을 쓰기까지는 약 2개월이 걸렸다. 마치 브런치팀에 전여친이라도 근무 하는 것처럼 브런치는 내 작가 신청을 계속 매몰차게 거절했다. (설마... 아니지?) 끊임없는 노력에 결국에는 전여친도 손을 들었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풋내나고 부족하기만 한 글을 이쁘게 봐주신 덕분에 모바일 다음메인에도,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에도 여러번 선택 받을 수 있었다. 반년만에 700명 넘는 구독자도 생겼고 90만뷰가 넘는 조회수를 얻기도 했다. 내게는 절대로 적지않은 과분한 관심이다. 이 모든 관심과 사랑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내게 큰 힘이 됐다. 브런치는 올해 내 인생을 단단히 다지는데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그뿐만 아니라 내 삶을 통째로 브런치 이전과 이후의 삶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새해가 쓱 다가왔다

12월 31일이 쓱 지나간 것 처럼 1월 1일도 쓱 다가왔다. 오늘 하루 세상은 갑자기 무언가 대단하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조금씩 하루하루 더 나아지고 있다. 어제의 불안은 오늘의 기대로 바뀌었고 어제의 고민은 오늘의 성과로 바뀌고 있다. 아직 마지막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지 모르지만, 이 길의 끝에서 그려낼 그림을 기대한다.


해에도 수 많은 질문이 내게 다가오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과 그리고 브런치와 함께라면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난 앞길이 무지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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