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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ul 31. 2021

프로처럼 맛있는 삼겹살 고르는 법(부위 편)

1화 - '기름기 없는 쪽으로','오돌뼈없는 쪽으로'하면 벌어지는 일


고기 맛있게 먹는 법은 '좋은 원육을 잘 사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처음은 한국인의 쏘울 푸드 삼겹살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삼겹살 마시쪙!

(출처:중앙일보)

삼겹살은 맛있습니다. 그냥 맛있는 게 아니고 개맛있습니다. 저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옆집 할머니, 건너집 아이들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애지간한 한국인은 다 좋아합니다. 삼겹살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대한민국 쏘울 푸드입니다.


좋은 삼겹살을 골랐다면, 삼겹살 맛있게 먹기는 이미 80%는 성공하는 겁니다. 오늘은 집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 어떻게 좋은 삼겹살을 고를 것인가에 대해 알아봅니다.


우리는 왜 하필 삼겹살을 먹는가?

(출처:pxhere)

대한민국의 양돈 역사를 들먹이며 '사실 삼겹살이란 것은 말이죠~'하는 역사교육은 생략하겠습니다.(궁금하시면 여기로) 우리가 삼겹살 먹는 이유는 '맛있어서' 먹는 거 아닌가요? 저는 삼겹살의 풍부한 지방이 만들어내는 그 육즙과 풍미가 좋아서 먹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기는 지방이 많은 부위일수록 인기가 좋습니다. 돼지고기의 삼겹살이 그렇고 한우의 꽃등심이 그렇습니다. 유럽에서는 돼지기름인 '라드(Lard, 豚脂)'가 고급 식재료로 대접받는다는 말도 한 번쯤 들어보셨죠? 그만큼 돼지지방은 녹으며 특유의 고소함과 풍미를 냅니다. 승우아빠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요리과학자 켄지형님도 고기 속의 지방(마블링)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Q. 마블링이 왜 중요한가요?
A. 마블링은 주로 근섬유에 기름칠을 하기 때문이다. 상온이나 냉장온도에서 지방은 고체이지만 조리를 하면 지방이 녹아서 우리가 고기를 씹을 때 근섬유가 서로 더욱 쉽게 미끄러지게 한다. 그래서 고기가 더욱 부드럽고 육즙이 더 많게 된다.

The Food Lab, J. Kenji Lopez-Alt(요리과학자)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지방이 많은 고기가 더욱 부드럽고 고소하고 육즙이 많다'입니다. 역시, 고기는 육즙 아니겠습니까!? 육즙천국 건조지옥!(물론 육즙 예찬은 의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


서론은 그만하고 이제 프로처럼 삼겹살을 사볼 차례입니다. 아래 내용만 찬찬히 따라오시면 오늘부터 프로처럼, 고기 좀 아는 사람처럼 삼겹살 사실 수 있습니다.


시간 없으신 분들을 위해 아는 부분은 스킵하시라고 번호를 미리 달아놓겠습니다.


1. 부위 : 미추리는 진짜 삼겹살인가 가짜 삼겹살인가

2. 두께 : 가장 맛있는 삼겹살 두께는 얼마인가

3. 껍데기 : 삼겹살과 오겹살은 맛이 차이 나는가

4. 양 : 그래 알겠고 양은 얼마나 사야 하는가

5. 신선도 : 혹시라도 안 신선한 거 주는 거 아닌가


오늘은 1번 '부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삼겹살 살 때 '기름기 없는 쪽으로', '오돌뼈 없는 쪽으로' 하신다고요??

부위 : 삼겹살 맛있는 부위는 어디일까요? 삼겹살 중에서도 오돌뼈가 있는 갈빗대 부분은 지방이 풍부해 고소하고 오돌뼈가 없는 미추리 부분은 지방보다 살이 많아 담백합니다. 둘 다 맛있지만 특성을 알고 선호하는 부위를 고르시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출처:미트박스)

일반적으로 삼겹살은 정육점이나 음식점에 위 사진과 같은 형태로 납품이 됩니다. 이 삼겹살을 조금 더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삼겹살은 다시 갈빗대 부분과 미추리(배받이)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갈빗대와 미추리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이 글에서는 오돌뼈를 기준으로 오돌뼈가 있는 부분은 갈빗대 부분, 오돌뼈가 없는 부분은 미추리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이 두 부분의 가장 큰 차이는 지방입니다. 갈빗대 부분은 오돌뼈가 있는 부분이며 상대적으로 지방이 더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미추리 부분은 오돌뼈가 없고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은 부분입니다. 특히 미추리 끝부분은 일반적인 삼겹을 기대하고 먹으면 퍽퍽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만큼 지방이 적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돌뼈 있는 쪽(갈빗대 쪽)이 맛있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겹살은 지방 때문에 먹습니다. 오돌뼈 쪽이 맛있다고 알려져 있는 이유는 오돌뼈 있는 쪽은 지방이 풍부한 반면 미추리 쪽은 지방적기 때문입니다. 삼겹살을 사면서 '기름기 없는 쪽으로 주세요(=비계 없는 쪽으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단 말이죠.(물론 지방의 많고 적음은 개인의 취향입니다. 제 취향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니 혹시라도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오돌뼈의 식감이 싫으신 분들도 '오돌뼈 없는 쪽으로 주세요'라고 주문하시기도 합니다. 기름기 없는 쪽 혹은 오돌뼈 없는 쪽을 주문하면 삼겹살에서 미추리 부위로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갈빗대 부분과 미추리 부분이 그렇게 많이 차이 나나요?

보통 사람이 위 사진과 같은 삼겹살 전체를 통으로 놓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우리에게 익숙한 단면을 놓고 갈빗대와 미추리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반복해서 강조 드립니다. 삼겹살의 핵심은 지방입니다. 오돌뼈(늑연골)이 있는 부분(흉추 14번 이전)과 오돌뼈가 없는 부분(흉추 14번 이후)의 지방의 차이를 중심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어떠신가요? 사진이 길고 그라데이션 같아서 뭐가 뭔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딱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봅시다.


<극단적으로 비교> 하기 위해 갈빗대 부분(흉추 9번)과 미추리의 끝(요추 6번)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한눈에 봐도 뭔가 다르단 걸 느낄 수 있죠? 미추리 끝 부분은 삼겹살이라기보다는 거의 이겹살에 가까운 형태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미추리부분을 보고 커뮤니티에 '이거 삼겹살 맞나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근육 비율로 확인해봐도 갈빗대 부분(흉추 9번)은 46.73%, 미추리 끝 부분(요추 6번)은 52.43%로 미추리 끝 부분은 지방보다 근육(살코기)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 뭐야, 그럼 미추리 먹음 안 되겠네?

그럼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죠. 그동안 나는 속고 살았던 것인가? 미추리는 가짜 삼겹살인가? 삼겹살을 살 때 미추리를 주는 정육업자는 사기꾼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엄연히 미추리도 삼겹살의 한 부분입니다. 굳이 맞냐 아니냐를 따지자면 미추리는 '진짜 삼겹살'이 맞습니다. 위에서는 보다 빠른 이해를 위해 극단적으로 비교를 했을 뿐이지 미추리라고 지방없이 살만 있는 부위는 아닙니다. 이번에는 오돌뼈(늑연골)이 없는 요추 1번도 한 번 볼까요?

요추 1번은 오돌뼈가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흉추 14번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흉추 14번과 요추 1번은 실제로 붙어있기 때문에 거의 비슷한 형태를 띠는 것입니다.


삼겹살 한 근을 사 왔는데 갈빗대 부분과 미추리 부분이 함께 있다고 해서 정육업자가 거짓말을 했다거나 다른 부위를 숨겨 팔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기름 적은 쪽으로 주세요' 혹은 '오돌뼈 없는 쪽으로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는데 미추리 부분 줬다고 사기라고 하면 정육업자는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보통은 '기름 적은 쪽으로 주세요' 혹은 '오돌뼈 없는 쪽으로 주세요'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수육용으로 특별히 찾는 분이 아니시라면 '그쪽은 생각하시는 삼겹살과 좀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미리 안내를 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객이 특별히 주문하지 않는 한 미추리'만'주는 경우는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정육점이나 식당에서 갈빗대 부분보다 미추리 부분을 너무 많이 준 것 같다면 정중하게 '죄송하지만 너무 미추리 부분만 있는 것 같은데 바꿔달라'라고 요구해도 전혀 무리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덮어놓고 무조건 미추리같다고 하면 안 되니 어디가 미추리이고  어디가 갈빗대 부분인지 그리고 그 차이는 뭔지를 분명히 알아야겠죠.


미추리 부분이라고 맛이 없는 건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풍부한 지방의 맛을 기대했던 고객이라면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은 미추리 부분에 실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애당초에 삼겹살 외에도 목살이나 앞다리살이라는 대안도 존재합니다.


삼겹살 중에서도 갈빗대 부분과 미추리 부분의 특징과 차이가 뭔지 알면 고기를 더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막연히 '삼겹살은 오돌뼈 있는 갈빗대 부분이 맛있다'고 들었던 분들께서 왜 그 부분이 맛있다고 하는지, 그리고 보다 세밀하게 내 취향에 맞는 부위는 어딘지 찾으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아 몰랑... 복잡해

혹시 복잡하게 느껴지시나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대충 삼겹살에 갈빗대 부분과 미추리 부분이 다르다는 그 느낌만 알고 가세요. 고맛법의 취지는 대충이라도 알고 먹자는 거지 머리 아프자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론보다 마트에서 어떻게 주문하면 좋을까 아니겠습니까? 곧 마트 삼촌이 말하는 실전 삼겹살 주문법도 올라옵니다...ㅎㅎ 기대해주세요


생각보다 좀 길어졌네요 두께, 껍데기 등등 나머지 내용은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



참고자료

삼겹살 분리작업 영상

삼겹살 분리작업 영상입니다. 갈비뼈와 등심을 분리하고 어떻게 삼겹살만 남기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삼겹살 작업'으로 찾아보시면 화질 좋은 요즘 영상들이 꽤 많이 있는데 다들 좀 길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 1:31에 해체하는 것은 등심 부위입니다. 혹시라도, 정말 만약에라도 등심부위를 삼겹살과 같이 붙여서 파는 곳이 있다면 양심불량 업체입니다. 제대로 된 정육인이라면 설마 그런 일을 할까 싶은데 만약 삼겹살 끝부분에 이상한 부위가 보인다면 뒤도 보지 말고 나옵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돼지 척추 위치별 삼겹살 형태 및 근육 비율'

위에서 보여드린 척추 위치별 근육과 지방의 모양 및 비율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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