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을 밖에서 해결하고 집으로 들어서는 길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며 도어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약간의 경계태세를 갖추고 서둘러 비밀번호를 눌러서 집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밖에서는 연신 삑삑 삑삑 계속 소리가 났다.
'도와드려야 되나..? 건전지배터리가 나갔나..?'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던 찰나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며 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아도 바로 옆이라 다 들려서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듣게 되었다.
보아하니 열쇠공 아저씨를 부른 듯했다. 아저씨는 집주인과 통화를 하면서 잘 수리해드리겠다고 말씀하시고는 집 지을 때 설치하고 이제는 연식이 오래되어 교체할 시기가 된 것이라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설명하셨다.
그리고 호출한 옆집아저씨에게도 금방 고쳐드리겠다며 친절하게 설명하셨다.
몇 분 뒤 집주인아저씨가 올라왔고 수리공 아저씨는 또다시 인사말을 건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집주인아저씨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이 열쇠공 아저씨는 배테랑일 거라고 확신했다. 친절과 따뜻함이 베인 응대가 낯설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집주인에게도 연신
"잘해드릴게요. 연식이 오래돼서 이제 교체하실 때가 된 거 같은데요."라고 한번 더 설명하시며 수리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집주인의 막연한 두려움을 눈 녹듯 말로 녹이고 있었다.
이윽고 집주인은 본인 친구들도 원룸 짓는 사람이 많으니 소개해 주겠다고 했고 열쇠공아저씨도 본인이 안산 어느 지역에서 열쇠 수리를 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자기도 본인 건물이 하나 있다고 덧붙였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친절로 무장한 배테랑 아저씨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집주인, 옆집 아저씨 모두의 마음에 난로를 죄인 것 마냥 잠시나마 따뜻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 선조들의 가르침이 2023년 여전히 통하는 세상이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건네는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