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를 마시지만 발은 시리다

발 시리다는 이유로 신발 사는 사람 여기 있어요

by ranran

집에서는 도통 노트북을 펼칠 힘과 의지가 나지 않아 큰 가방에 노트북과 각종 충전기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 이디야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라테 한 잔을 주문했다. 노트북을 펼쳐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발이 너무 시렸다.


주섬주섬 코트를 다시 입고 뜨거운 물 한잔을 달라고 했다. 종이컵 한잔의 온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다시 발은 시렸다.



신을 살짝 벗어서 앞에 찬 공기가 덜 느껴지도록 적당히 발을 밀어 넣은 후 타이핑을 했다. 집중하는 동안에는 잠시 잊을 수 있었던 냉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왔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어그부츠를 검색해 본다. 발이 시려서 도무지 여기서는 뭔가를 더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 든든한 털부츠 장만이 시급하다고 되뇐다. 절대 새 신이 사고 싶은 게 아니다. 이것은 그저 소소한 월동준비이다.


집 근처 아웃렛에 다행히 부츠를 파는 것 같다. 얼른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가리라. 더 있다가는 손과 발이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다.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초코파이 하나를 먹으라고 건네주고 서둘러 가게 밖을 빠져나왔다. 추위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뜨끈한 우동집 간판이 보이자 배고프지 않아도 일단 들어가라고 머릿속에서 야단이다.


키오스크 앞에 서서 어묵 우동 하나를 시키고 코트를 벗었다. 가게 안은 이미 음식을 데우는 열기로 훈훈했기 때문에 충분히 겉옷을 벗어도 될 만큼 적당히 따뜻하고 음식을 먹기에 딱 맞게 아늑했다.


"주문하신 어묵 우동 나왔습니다."

주인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서 쟁반을 받아 들었다.

잘 먹겠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로 돌아와 두 입 정도 먹었을 때, 아차 싶었다.


사진!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따끈한 국물과 쫀쫀한 면의 식감을 느끼며 몇 젓가락 음미하자 금세 바닥이 보였다.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뜨끈한 국물이 발가락 모세혈관까지 고르게 잘 퍼졌는지 발 시림이 싹 가셨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더니 어그부츠에 대한 생각이 슬며시 사라지려고 할 때 지금 사지 않으면 또 후회할 거란 생각이 곧장 끼어든다.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서 아웃렛으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훈훈한 공기가 마치

"환영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미리 검색해둔 매장으로 갔다. 내가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가 없어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조금 더 둘러보고 오겠다는 말로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왔다.


길을 쭉 따라가 보니 크록스 매장이 보였다. 크록스 털신도 월동 맞이하긴 제격이지 속으로 외치며 매장밖에 진열된 신들을 신어봤다.

원하는 색은 없었지만 내 발에 맞는 사이즈는 딱 하나 남은 게 있길래 바로 신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적당한 지비츠를 3개 골랐다.


집으로 돌아와 개와 고양이 그리고 영문이 쓰인 지비츠를 적당한 위치에 꽂아 넣고는 동물들이 너무 귀여워서 릴스까지 찍었다.




'다음에 커피숍 갈 땐 이 신발로 무장하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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