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숄더의 8할은 지하철 때문

아마 그건 우연이 아닐 거야

by ranran


두터운 패딩을 입은 채 패딩과 패딩 사이에 끼여있다. 햄버거 사이에 양상추 조각처럼 팩 쪼그라들어 압축된 상태로.

'차라리 앉지 말 걸 그랬나'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도착지까지는 30분이나 남았으니 다리라도 편하게 앉아가자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섞인다.

어깨를 접고 또 접은 채 헤드폰의 볼륨을 올리고 눈을 감는다.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극락 갈 고래 울음소리를 앱에서 찾아서 볼륨을 크게 높여봤지만 별로 심신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당히 신나지만 너무 빠르지 않은 음악으로 다시 선택한 뒤 무언가 읽을거리를 검색한다.

열차문이 열리고 밖에서 안으로 사람들이 빽빽이 채워진다.

이내 왁자지껄해진 지하철 안.

사람들은 어느새 내 코 앞까지 다가와 서기 시작했다.

이제는 다리도 의자 안으로 바싹 당겨놓을 차례이다.

헤드폰 볼륨 +버튼을 두 번 더 눌러서 소리를 높인다. 시끄러움을 더 큰 시끄러움으로 덮어버린다.


중고등학생 때는 무거운 책가방 덕에 말려버린 어깨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분명 지하철 끼여앉기덕분에 확실하게 고착화된 것이 분명하다.


내 라운드숄더의 8할은 지하철 의자 네 놈 덕분이다.

아래 사진은 실현불가능한 나의 꿈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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