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은 바로 이 맛 아닙니까

뻥튀기 아저씨를 만나는 반가움이란

by ranran


부모님을 뵈러 이따금씩 본가에 가게 되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오일장과 딱 맞물리는 때가 있다.


오일장이 들어서면 생선, 야채, 과일 등을 챙겨서 팔러 오시는 분들, 트럭 양말 아저씨, 형형색색의 옷을 걸어두고 파시는 옷가게 아저씨까지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그중 장날이면 유독 내게 반가운 손님이 있다. 바로 뻥튀기 아저씨이다.


어릴 적 아파트 담벼락에 자리를 잡고서 분유통 같은 통에다가 옥수수, 콩, 쌀 등에 뉴슈가를 살짝 넣고서

"뻥이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신나게 곡물들을 튀겨 주시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각자 튀길 것을 가져와 은색 통 앞에 줄 세워놓았다. 눈치껏 각자의 곡물들을 줄 세우기 한 뒤 트럭 주변에서 본인들의 먹거리가 제대로 잘 튀겨지는지 확인하셨다.


엄마와 함께 우리가 튀길 콩을 줄 세워두고는 옛 추억에 잠겨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는

"아이고, 애 떨어지겠네.."라고 하시며 깜짝 놀랐음을 에둘러 표현하셨다.


그리고는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양손을 귀에 가져다 대고는 검지를 사용해 귓구멍을 꼭 막았다.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똑같이 놀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다음번에도 그 다음번에도 사장님은 우리에게 뻥이요 신호를 주지 않으시고 그저 본인의 호흡에 맞게 튀기실 뿐이었다.


어릴 적 뻥튀기 아저씨는 뻥이요 외침과 함께 구경꾼들과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귀 막을 잠깐의 시간이라도 주셨는데 지금은 그런 여유마저 사라진 것 같아 짐짓 아쉬웠다.


아저씨는 귀마개도 없이 각종 곡물을 튀기셨다. 소리가 꽤 큰데도 가장 가까이서 귀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그저 묵묵히 자기 일만 하시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쓰러웠다. 저러다 행여 나중에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시진 않을지 노파심마저 들었다.


뻥튀기를 끄집어낼 때 안에 뜨거운 열기 때문에 아저씨의 안경에는 매번 뿌옇게 김이 서렸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오랜 숙련자의 감으로 튀기고 꺼내고를 반복하셨다.


몇 번의 뻥 소리들 듣고서야 우리 차례가 되었고 가져간 검은콩을 튀길 수 있었다.

콩 튀기는 값 육천 원을 지불하고 수증기가 채 빠져나가기 전에 비닐을 묶으면 안 된다는 옆 아주머니의 첨언대로 슬쩍 비닐봉지 머리를 열고는 차까지 이동했다.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빠는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콩튀김을 바라보셨다.

콩 꼬수운 내가 차에 진동을 하자

"콩 방향제네 완전." 내가 한마디 했다.

아빠도 "흐음~진짜 콩 구수한 내가 장난 아니네."라고 말씀하시며 새로 장만한 콩 방향제에 만족하셨는지 슬며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뻥튀기 아저씨의 공으로 우리 가족은 콩 꼬수운 내를 맡으며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슬며시 햇살이 비쳤고 마치 가족드라마의 주인공인 양 조명이 우리에게 탁 켜진 듯했다.

가는 내내 행복은 생각보다 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 튀기는 오늘의 평범한 일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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