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약과지."
갑자기 약과가 먹고 싶어졌다. 약게팅으로 유명한 장인한과의 찐득찐득한 약과 한 팩이 당근마켓에 만 오천 원에 나왔길래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엔 동네 떡집에도 약과는 팔겠지 싶어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시장초입으로 들어서니 흰색 배경에 빨간색, 파란색으로 글씨가 쓰인 꽤 오래되어 보이는 떡집이 보였다. 믿음직한 간판 외양에 이끌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떡국떡과 약과가 가게 밖에 나와있었다. 먹음직스럽게 포장된 나머지 떡들은 가게 안에 일렬로 줄 세워져 있었다. 마치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약과를 보고 있는 중에 파란 점퍼 차림의 안경 쓴 사장님이 나오셨다. 약과를 낱개로 파냐는 내 질문에 3개에 2,000원이라며 맛있다고 덧붙이셨다. 지갑 속 현금을 내밀자 검은 봉투에 약과 3개를 담아 내게 건네셨다.
단 거에 단거를 먹으면 천국이니까 근처 커피숍에 가서 메리딸기도 주문했다.
빨간 딸기 위에 슈가파우더까지 뿌려져서 마치 딸기밭에 눈이 내린 것 같았다. 한 입 맛보고는 감탄이 나왔다. 과일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음료나 와플에 들어간 딸기는 못 참는다.
딸기와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고는 약과는 일단 테이블 한 켠에 잠시 뒀다.
옛 것은 이렇게 또 현대의 디저트에 밀리고 말았다.
다 먹고 사장님께 인사를 건넨 뒤 집으로 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다. 소중한 나의 약과 봉지를 돌돌 말아 점퍼 주머니에 꼭 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약과 한 개를 조심스레 뜯어서 두 손으로 쪼개보았다. 찐득한 실 같은 것이 가른 틈 사이로 삐져나왔다.
외관은 합격이다. 맛을 보았다.
기름 맛이 넉넉하게 났다. 생각했던 쫜득한 달콤함보다는 2% 부족했지만 요즘 다시 귀해진 이 녀석을 구해다가 맛보았다는 만족감에 하나를 다 먹었다.
내게 준 만족감만큼이나 이 녀석에게 건네받은 열량도 묵직했다.
242Kcal. 얼른 눈 감아.
옛날에는 기름과 꿀이 귀해서 약으로도 취급되었기 때문에 약과에 약이라는 글자가 붙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흔하게 구해다가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이 과자가 어쩐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흔히 사람들이 "그건 약과지."라고 말하는 표현에서 의 약과의 의미는 별 것 아니다, 감당키 어렵지 않다 뭐 그런 뜻이다.
어쩌면 옛 선조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 약과나 먹으며 파이팅 하게나 '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건 아닐까.
기름과 꿀로 버무려진 과자에 시름도 같이 버무려 한 입 베어 물면 어느새 달큰함만 남아 잠시나마 근심도 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들이, 특히 젊은 여성들이 유난히 이 달디 단 약과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약과가 우리에게 주는 독려의 맛을 느끼고 싶어서는 아닐까.
세상살이 이거 뭐 약과지. 별 것 아니다.
힘내시라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