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 심정 잘 알겠고요
지난 일요일, 전날 너무 일찍이 저녁을 먹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 눈뜨자마자 배가 너무 고팠다. 이럴 때는 뭣보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져서 근처 시장에 국밥으로 유명한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로 10분이면 가는 거리라 집 앞에서 버스를 탔다. 10분 거리는 생각보다 길었다. 배가 고픈 나머지 가는 길에 세워진 노란 돌이 마치 계란말이 한 조각을 잘라놓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검은색으로 빗금이 쳐진 부분은 김으로 말아놓은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통통하게 말린 계란말이에 뜨끈한 밥 한 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갔다.
시장 초입에 내려서 네이버 지도 어플을 켜고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미리 검색해서 메뉴를 결정해 뒀기에 들어서자마자 소머리국밥 하나를 주문했다.
뜨끈하고 정갈한 상차림을 기대했으나 뚝배기 안은 거품으로 차 있었다. 마치 찌개를 오래 끓이면 위에 뜨는 불순물 같았지만, 대충 휘휘 젓고는 까탈스럽지 않은 사람인 양 후루룩 한입 먹었다.
기대한 만큼의 식사는 아니었다.
안에 부속은 제법 많아서 건더기 위주로 먹었다. 따뜻한 훈기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채워졌을 무렵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계산대로 발걸음을 이끌자 종업원 중 하나가 손에 묻은 기름기를 쓱쓱 앞치마에 닦고는 카드를 긁었다.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던지라 커피라도 한 잔 사서 입안의 텁텁함과 가성비 없는 한 끼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다. 그러나 시계를 보니 그럴 여유시간은 안될 것 같아 서둘러 다시 버스를 탔다.
돌아가는 길, 아까 봤던 계란말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이 되어 있었다.
원효대사님이 오늘 나를 보시면 한마디 하실 거다.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니라. 요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