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김포공항에 왔다. 눈에 띄는 광경은, 맵시 있게 차려입은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게이트 앞에 모여 조잘조잘 잘도 떠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슬쩍 게이트를 쳐다보니 제주행 비행기다. 나는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눈앞이 흐려졌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 않았다면, 터질듯한 울음을 막아내느라 입술이 자꾸 꾸물거리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켰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내 생각 속으로 찾아왔다.
나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추모하지 않았다. 노란 리본을 달고, 촛불을 들고, 집회에 가거나 책임을 따지며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다. 그럴 입장도 그럴 여건도 안 되었다. 그런 일들은 다소 오지랖 넓은 일이며, 내 일신의 관리도 제대로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남의 일에 참견이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도 그 일은 슬픈 일이었고, 특히 젊은 아니, 어린 그들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서울 강남 고층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잡초처럼 흐드러지게 많지만 들판의 주인은 아닌 이들이, 부조리 가득한 배를 타고 저 먼 섬으로 출발했다는 생각이 들어 맘이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무더기 인간들의 무책임함에 황당했다.
나는 김해공항에 내려서 일을 보고 다시 김포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짧은 시간 비행기를 왕복으로 탔지만 나는 안전했다. 각자 잘 살면 되지만, 어떤 면에서 미안하기도, 삶이 고통으로 보이기도, 뭔가 화가 나기도, 누군가 나를 업신여긴다는 기분이 들기도, 세상이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제주로 날아오른 꽃같은 고등학생들도 나처럼 잘 도착했을 것이다. 제주에 꽃이 피는 좋은 시절이다. 꽃처럼 흐드러진 사람들도 들판의 주인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구나 떵떵거리며 안전하게, 꽃같이 살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돌아온 김포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