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와 박쥐는 공통점이 있다. 돌고래가 아쿠아맨과 친하다거나, 박쥐가 배트맨에게 패션 영감을 줬다든가 하는 사실과는 별개로, 둘은 똑같이 초음파를 쏘아댄다. 잠수함도 주변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 소나(SONAR : Sound Navigation and Ranging, 음파탐지기)를 이용한다. 인간은 2만 헤르츠(Hz)까지 들을 수 있다는데, 일반 소나의 주파수는 5만 헤르츠, 고성승 소나는 90만 헤르츠라고 한다. 돌고래와 박쥐도 12만 헤르츠 정도의 초음파를 사용한다고 한다. 초(超)라는 한자를 쓴 것은 뭔가 엄청 정상 수준을 넘어선다는 뜻인데, 그래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파(Sound Wave)인 2만 헤르츠 이상의 소리를 초음파(Ultrasonic Wave)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전부터 가졌던 궁금증이 있다. 울트라(Ultra)와 수퍼(Super)는 뭐가 더 센 것일까? Ultrasonic Wave(초음파), Ultraman(울트라맨)의 센 느낌과 달리 Ultraviolet Ray(자외선)에서는 그냥 보라색 바깥쪽에 있는 광선이라는, 빨간색 안쪽에 있는 광선 Infrared Ray(적외선)와 동급으로, 약간 평이한 의미로도 쓰인다. Superman(베트남어로 Siêu Nhân 씨에우 년, 초인), Supernatural(초자연적인) 이런 단어들을 보면 Super도 꽤나 세 보인다. 어쨌든.
난 이틀 전 월요일 아침부터 배가 Super&Ultra하게 아팠다. 우측 복부가 허리를 바로 못 펼 정도로 아프고 팽팽한 압력이 느껴졌다. 누르면 통증이 안쪽으로 깊숙이 느껴졌는데 상식적으로 맹장염, 요로결석 등에 혐의를 둠과 동시에 간을 포함한 그 주변 내분비계 장기들의 연관성을 떠올렸다. 그런 중에도 출근, 점심식사, 퇴근은 평소처럼 이루어졌고, 하루 자면 괜찮겠지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다음날도 통증은 그대로였고, 정상적인 일과를 거쳐 다음 날 오전에 있을 중요한 회의만 마치고 병원에 가리라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오늘 오전 회의를 마친 후 정오에 사무실을 나서서 병원을 가려는데, 갑작스러운 점심 약속이 생겼다. 점심을 먹고 1시에 출발하여 병원에 갔다. 의사는 문진, 청진, 타진, 촉진의 순서로 진찰을 하고, 내심 내가 기대하고 있던 초음파 검사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밥을 언제 먹었냐고 물었다. 초음파 검사는 8시간 금식이라며.
오십이 넘으면 생전 처음 겪는 병증을 하나씩 경험해 나가는 것 같다. 지난번 편두통이 그랬고, 이번에 복부 통증이 그랬다. 그리고 염려는 젊을 때보다 두 배로 커지고, 한번 아플 때마다 내 어깨에 지워진 모든 책임과 치료비와 남겨진 가족에 대한 걱정 투어를 머릿속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초음파 검사를 못 받은 나는 아쉬움이랄까, 낭패감이랄까 그런 걸 안고 처방전과 함께 병원을 나섰다. 진경제, 장 염증 및 궤양 치료제, 위산분비 억제제 등, 처방을 내린 이도, 처방을 받은 이도 서로 큰 기대가 없는, 그런 처방이었다. 당첨되지 않은 복권 같이 시시한 그 처방을 나는 약으로 바꿨다. 그 마저도 식전에 먹으라니 바로 먹지도 못 했다.
반차를 내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비장하게 길을 나선 평일 오후, 젤을 바른 뱃가죽을 프로브가 훑고 지나갈 때 공기 중에 흩어졌을 소리 없는 아우성, 나는 끝내 그 초음파의 공감각적 심상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 주말, 8시간 단식 후 분연히 떨쳐 일어나, 복통에 맞선 이 투쟁의 한 길로, 초음파 검사를 관철하고, 나는 끝내 이기리라. 나는 꼭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