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데리버거. 데리는 테리야끼 소스에서 따왔고 버거는 햄버거란 말이다.
마요네즈를 바른 번 위에 페티를 놓고 테리야끼 소스를 끼얹은 후 양상추를 놓고 번을 덮어 완성된 햄버거를 야무지게 래핑 해서 낸다.
20년도 더 된 얘기인데, 일식조리사 자격 취득을 위해 요리학원에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배운 기억으로는 먼저 찬물에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살짝 김이 오르면 다시마를 뺀다. 그리고 가쓰오부시를 넣고 다시를 낸 다음 채에 걸러 육수를 완성한다. 여기에 설탕, 청주, 간장을 적정 비율로 넣고 약한 불에 점성이 생길 때까지 졸이면 테리야끼 소스가 완성된다.
테리는 윤이 난다는 뜻이고, 야끼는 굽는다는 뜻이니 투다리에서 꼬치를 구울 때 돼지털 솔로 계속 발라주는 소스가 바로 데리야끼 소스이시다. 그 결과, 말 그대로 윤기가 흐르는 꼬치구이, 예를 들어 네기마 같은 야끼토리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부산 지역에는 어느 날 갑자기 '반도리아'라는 햄버거집이 등장했다. 백화점이나 상가에 입점하여 먼 동네에서 그걸 먹으려고 원정까지 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순서는 모르겠지만 롯데리아, KFC, 파파이즈, 웬디즈, 버거킹, 맥도널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서 그 모습은 사라지게 되었다. 나도 한두 번 먹어본 기억은 있는데 그 맛이 기억나진 않는다.
야구를 떠올려봐도 알겠지만 부산에는 자연스럽게 롯데리아가 자리 잡았다.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데리버거 3종이 요즘말로 하면 시그니처 메뉴다. 콜라와 감자튀김을 함께 파는 세트 메뉴도 상당히 신선했다. 처음에는 후라이드포테이토라는 이름이었는데, 포테이토, 프렌치프라이, 감자튀김 등을 돌고 돌아 이제는 감튀라고 줄여서 부른다. 데리버거도 일본에서는 '테리야끼 바-가'였는데 한국으로 오면서 데리야끼 버거로 되었다가 데리버거로 정착되었다. 아침에 아내를 어디 좀 태워주고 기다리면서, 도덕시간에 배운 벤담의 공리주의에 따라 최소 가격의 최대 행복을 누리기 위한 메뉴 선택은 추억을 되살려준 점에서 아주 좋았다. 데리버거와 아메리카노, 추천드린다.
문득 창밖을 본다. 가을이 장난꾸러기 연인처럼 살며시 다가와 내 눈을 가리고 '누구게?' 묻는다. '글쎄. 봄인가? 가을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받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