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해마다 가을이 오면 한강에 난장이 벌어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렸다. 내가 적극적인 구경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대한 인파가 몰린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바이다. 아내를 모시고 가서 감정의 기복 없이 관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으려면, 어떤 자리를 잡아야 할지 무척 고민되는 시간이었다. 나의 선택은 이촌 한강공원. 63빌딩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명당을 잡았다고 자만하고 있던 찰나,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졌다. 드디어 시작이다. 그러나, 불꽃은 삼중으로 앞을 가린 나무들 뒤에서 배경이 훤해지는 효과만 남길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뛰기 시작했다. '부산행'이나 '킹덤'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몸을 숙이고 무리들이 지나가길 숨죽여 기다렸다. 군중 속에서 발생한 사고를 기억했다. 다들 침착하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어떤 자리로 옮겨 불꽃놀이를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비록 두 개 스테이지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의 절반을 본 것이었지만 말이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한강변 호텔 방을 잡거나, 또는 거실에 앉아 불꽃을 내려다보는 날이 오려나 하고 생각했다. 또,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뭐 다 생각이니까.
나라마다 불꽃놀이를 가리키는 말은 다양하다. 천 년 전 화약을 처음 발명했다는 중국에서는 연화(烟花)라고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화양연화'라는 말과는 한자가 달라서 아쉽다. 막 지어내어 '불꽃같은 좋은 시절'이라는 뜻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든다. 일본에서는 하나비(花火)라고 하는데, 강세를 잘 못 줘서 발음하면 '코에 붙은 불?'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물네 살에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 실제 경험한 것이다. 영어로는 Fireworks인데 뭐랄까 아주 실용적인 말이다. 꽃이라는 낭만은 없어지고, 불로 하는 작업이나 불로 만든 작품이 되어 버렸다. 화약도 Gunpowder이다. 그냥 대포나 총을 쏘는 가루다. 동양에서는 화약을 통해 피어난 꽃에 초점을 둔 반면, 서양에서는 화약의 점화에 따른 폭발에 초점을 뒀다.
그래도 불꽃놀이는 전 세계인이 즐긴다. 한국은 가을이 오면, 미국은 7월 4일이 오면, 중국은 춘절이 오면, 불꽃놀이를 한다. 사람들이 모이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 연인들은 마주 잡은 손을 깍지 끼거나, 바라보고 입을 맞춘다. 마술에 걸린 것처럼. 요즘은 모두 제2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핸드폰을 꺼내든다.
내가 어릴 때, 다시 우리 애들이 어릴 때, 디즈니 만화의 오프닝은 신데렐라 성을 배경으로 한 불꽃놀이였다. 그러나, 지금 디즈니 플러스의 인트로는 그냥 혜성이 날아와 +를 만든다. 낭만이 없어진 디즈니는 정체가 뭘까 궁금하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는 간달프가 호빗 마을에서 거하게 불꽃 축제를 연다. 빌보 베긴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인데, 원작 소설에도 실제 있는 장면이다.
불꽃놀이를 조용히 바라보며, 다시 불꽃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희나리 같이 살았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잉걸불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든다. 소원하고 소망하는 것도 인생의 일부이지만, 결국 나서지 않으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는 어떻게든 나서볼 터이니, 다시 타오를 용기와 힘을 좀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