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지금도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세월 저 멀리 있다는 생각으로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낸다. 그러나 때 이르게 찾아오는 죽음도 있다. 죽음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연인을 홀로 남겨두게 된다'는 것이 젊은 죽음의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다.
가수 박정현이 부른 '꿈에'라는 노래의 첫 소절이다. 나는 어느 날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1년 전쯤 봤던 단편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는 배우 이지은이 주인공인 네 개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그중 내가 떠올린 것은 제일 마지막 단편인 '밤을 걷다'이다.
'밤을 걷다'에는 젊은 여자와 남자가 등장한다. 둘은 연인 사이다. 둘은 밤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의 주제는 죽음이다. 여자는 죽었다. 여자는 왜 죽었는지 말해주러 남자의 꿈속에 찾아왔다. 자기의 죽음이 남자 탓이 아니라고 위로한다. 마지막 사랑의 표현이다.
'이건 꿈인걸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 않고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면'
남자는 꿈에서 깨기 싫지만 여자는 사라져 간다. 현실의 데이트처럼 어루만지고 키스를 나눈다. 여자는 마지막으로 엘레지 같은 독백을 한다. '꿈도 죽음도 정처가 없네. 가는데 없이 잊힐 거야. 우리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 안녕'
노래에서는 남자가 죽은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 찾아온 남자가 여자를 안아주고 뒤돌아 떠난다. 여자는 잡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찾아와 준 남자를 고마워하며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진짜 작별인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보다 남자를 더 위해주는 말을 한다.
'이제 다시 눈을 떴는데 가슴이 많이 시리네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나 괜찮아요. 다신 오지 말아요.'
둘 다 죽음에 가로막혀버린 사랑 이야기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세상을 저버린 것이 사랑이라고 그 옛날 셰익스피어는 생각했다. 최근까지도 돈 맥클레인이 빈센트에서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라고 하여, 연인들의 죽음을 반 고흐의 죽음에 비유했다. 그러나, '꿈에'와 '밤을 걷다'에는 진정한 연인의 마음이 담겨있다. 잊고 잘 살기를 바란다. 망자의 길에 생자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래야 사랑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눈도 많이 시리다.
※ '꿈에~'라고 했을 때 '~어제 꿈에 보았던'이라는 가사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나와 같이 과거에서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여보세요~' 다음은 '~나야'가 더 젊다. '~거기 누구 없소' 보다는. (덕배 형님, 영애 누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