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대리 인생] 6
그런 복잡함과 긴장감이 중고차를 사게 만들었다. 마이너스 대출로 생활비를 쓰고 있었으므로 과도한 지출이었다. 자산, 부채, 자본의 3요소가 적정 규모와 비율로 운용이 되어야 건전한 재무구조가 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론과 생활은 달랐다. 자연스레 가계부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마이너스 한도가 간당간당할 무렵에는 큰 수조 안의 에어포켓에 코만 겨우 내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월급날도 다달이 돌아오지만 신용카드 결제일도 그랬다. 결제금액은 월급의 70%를 앗아갔다. 연이어 대출금 이자가 나가면 월급봉투는 탁발승의 바리때처럼 깔끔해졌다. 피라냐의 이빨 같은 학원비는 빈 그릇을 물어뜯었다. 그 허기는 마이너스 대출이 달래줬다. 그것도 모자라면 신용카드 대금을 나눠서 냈다. 일부만 결제하면 신용불량에 면죄부를 주는 리볼빙 방식을 쓰게 되었다. 100만 원을 쓰고 결제일에 50만 원을 갚으면 나머지 50만 원은 이자를 내면서 그다음 결제일에 갚을 수 있다.
나는 항상 리볼빙이라는 매력적인 단어에서 둥근 탄창을 가진 38 구경 리볼버 권총을 떠올린다. 두 명이 앉은 탁자 위에는 리볼버가 놓여 있다. 탄창의 6개 약실에 탄환을 단 하나만 장전하고 빙그르 돌리면서 밀어 넣는다. 운이 다한 사내가 당긴 방아쇠가 몇 개의 스프링 액션을 통해 공이를 쳐내면 탄피라는 공간 속에서 폭발이 일며 탄두가 총구 안의 나선형 강선을 따라 뱅그르르 돌아 나온다. 탄두가 박혀 들어간 입구에는 중국 선수의 다이빙 입수 흔적이 생기고 반대편에는 댐의 방류처럼 두개골을 뚫고 거세게 핏빛 뇌수가 흩어지는, 러시안룰렛을 떠올린다. 주말의 명화에서 본 ‘디어 헌터’를 떠올린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선량한 미국 청년은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껍데기만 남아버린다. 껍데기는 러시안룰렛 도박판을 전전하다 오랜 친구 앞에서 운이 다해 버린다. 나의 현실도 전쟁터다. 도박판이다. 내 리볼버도 언제 채워진 약실에 방아쇠가 당겨질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