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여름의 깊은 밤. 귀뚜라미 앨리는 한 아파트의 베란다에 있었다. 언제나 자신을 사랑해줄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이상하게 누구도 앨리를 보러온 자가 없었다.
“왜 나를 원하는 귀뚜라미가 한 명도 없을까?”
앨리는 오늘은 노래를 멈췄다. 사흘간 부른 노래에 힘들기도 하였기와 어떤 반응도 없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다.
“노래를 멈췄구나? 무슨 일이 있니?”
화분의 돈나무가 물었다.
“노래를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앨리가 말했다.
“나는 듣기 좋았는데, 아쉽네”
“당신을 위해 부른 노래가 아니에요. 저는 저를 사랑해줄 다른 귀뚜라미를 원한다구요.”
“흠... 귀뚜라미? 내가 여기 온 지 두 계절이 지났는데 귀뚜라미는 너가 처음인걸? 오히려 밤이면 멀리서 들리던 노래가, 너같이 작은 친구가 부르는 거란 걸 난 이제야 알았어.”
“네? 그럼 여기엔 다른 귀뚜라미가 없어요? 다른 소리가 안 들리기에 내 목소리만 우렁차게 들려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잠시만, 여기 가장 오래 있었던 고무나무 언니한테 물어볼게. 언니 자? 주변에 귀뚜라미 있어?”
돈나무는 옆의 키큰 고무나무에게 말을 붙였다.
“하암~ 무슨 일이야?”
고무나무가 대답했다.
“여기 이 작은 귀뚜라미가 짝을 찾고 있대. 우리 동네에 귀뚜라미 있어? 키 큰 언니가 둘러봐줘.”
“귀뚜라미 말이지?”
부슥 부슥, 고무나무의 넓은 이파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음...음... 없는데?”
“귀뚜라미는 없어. 예전 내가 있었던 밭에는 많았지.”
가만히 얘기를 듣던 뒤에 귤나무 아저씨가 심드렁하게 말하였다.
“그럼 전 어떡해요. 전 당신들과 달리 이번 여름이 지나면 더 이상 노래를 못 불러요.”
앨리는 울상이 되어 말했다.
“나가면 되지.”
귤나무가 말했다. 그말을 들은 앨리가 갸우뚱하자. 고무나무가 말을 이었다.
“아래에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지? 그 뜻은 아래쪽에 너랑 같은 생각을 가진 귀뚜라미가 많다는 거야. 저길 가면 되지 않을까?”
“네? 저는 여기가 더 좋다고 생각해서 선택해서 온 것인데요? 실제로 여기 있음 제 목소리가 더 잘 들리기도 하잖아요!”
“무슨, 너는 다른 귀뚜라미를 만나 사랑하고 싶다며. 여기서는 네 목소리만 잘 들릴 뿐이야. 여긴 실패라고.”
귤나무가 말했다.
“아이 실수지. 괜찮아.”
고무나무가 말했다.
“실수요? 저 아래에도 저와 같은 귀뚜라미만 가득해서. 원하는 사랑은 못 찾고 서로 목청 높여 싸우기만 하는 거라면요?”
“그럼 다시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그렇게 맞춰나가는 거야. 우리들 가지도 좌우가 다르게 뻗고 있잖니”
가지를 흔들어 보이는 고무나무를 보며 앨리는 생각에 잠겼다. 앨리의 얼굴은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였다.
“너의 멋진 날개와 다리를 보렴. 너의 첫 여름을 이곳에서 전부 있기엔 아까워”
돈나무가 말했다.
“저기 창 구석에 뚫린 구멍이 있어.”
귤나무가 가시가 무성한 가지 하나를 내려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앨리는 겁이 나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방충망의 구멍 앞에 서자 바람이 훅 들어와 앨리의 뺨을 때렸다. 한동안 가만히 바람을 맞는 앨리. 그러다 돌아서서 나무들을 바라본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무섭긴 한데. 여긴 오래 있었기도 했고... 저기선 잡아먹힐지도 몰라요. 근데... 사랑할 귀뚜라미는 만나고 싶으니까. 가볼게요!”
앨리는 인사의 의미로 날개를 쫙 폈다.
“잘가렴!”
화분의 나무들이 답했다.
다시 돌아선 앨리는 구멍을 지나가 점프했다.
자기와 같은 색의 하늘엔 아름다운 달이 빛나고 있었다.
- 귀뚤귀뚤귀뚤귀뚤
힘차게 날개를 저으며 노랫소리가 가득한 풀밭으로 나아갔다.
“그래. 괜찮아! 만약 또 실수라면 다시 선택해서 다른 곳으로 가면 돼!”
앨리의 여름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