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집에 들어설 때면 아니, 문고리를 잡을 때면. 그놈은 바닥을 긁으며 웃는다. 듬성한 머리. 척추가 훤히 드러난 등. 쭈그렁한 초록 피부를 가진 노란 눈은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그놈은 달려들지 않는다. 겁먹은 눈일까? 아니다, 그냥 관심이 없는 눈일지도 몰라. 아닌가? 그럼 왜 저렇게 곳곳의 구석만을 찾아 바닥을 긁는 거지? 안 그래도 좁은 집에서.
아무래도 좋다. 피곤한 몸은 늦출 수 없다. 쪼가리 가산이라도 모은 달팽이집의 한 귀퉁이가 필요하다. 한껏 구겨진 옆구리를 부풀려 돌려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긴 낮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끽- 문이 열린다. 복도의 빛이 들이치고 중문 대신 달아놓은 회색 커튼이 보인다. 그리고 어김없이 들려오는 힉힉 웃음소리. 커튼을 걷기 싫다. 태연하게 신발을 벗는다. 불을 켠다. 그리고 발을 옮긴다. 힉힉힉. 좁은 두 방 중 안쪽 방에 들어간다. 그 방문 옆에 웅크렸던 그놈은 내가 방에 들어서자. 두닥닥 바닥을 두 손과 두 발로 기며 내가 있는 방구석으로 옮겨왔다. 힉힉. 웃음소리. 옷을 벗어 행거에 아무렇게나 던진다.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그놈의 노란 눈빛이 곁눈에 들어온다. 이놈도 내가 의식하고 있는 걸 알고 있으리라. 뻔뻔하게도 이놈은 저 오만한 눈을 거두지 않는다. 내 뒤꿈치를 핥듯이 따라오면서 근처에서 나를 본다. 몇 달째. 냉장고에 든 음식의 변화도 없다. 바닥에서 음식이라도 나오는 건가. 놈을 자극하지 않고 부엌을 지나쳐 화장실에 들어간다. 문을 닫자, 두다다닥 바닥을 기어오는 소리가 난다. 입구에 주저앉아 있는 건가. 옷을 벗고 거울에 비친 움푹 들어간 옆구리를 본다. 아무리 숨을 세차게 들이쉬어도 옆구리는 원래로 부풀지 않는다. 이렇게 파이다 푹 고꾸라지는 걸까? 그래도 물을 맞을 때면 생각이 잠든다. 따뜻한 물에서 점차 뜨거운 물로 온몸을 삶을 듯. 화장실은 안개에 덮힌다. 몸은 달아올라 벌건 개구리가 된다. 아무리 아무리 맞고 닦아도 빠지지 않는 도시의 때. 나는 그저 뜨거운 물로 몸을 괴롭히는 건가? 문 밖에서 힉힉힉- 웃음소리가 들린다. 지겨운 놈. 벌겋게 달아오른 몸에 분노가 인다. 저 쭈그렁하게 돋아난 척추를 걷어차 버릴까? 저놈의 뼈는 곧바로 부서지겠지.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 있을까보냐. 허리가 부서지면 두닥두닥 걷는 걸음도 못하겠지. 이 역겨운 놈. 소용돌이치는 생각에서 이미 저놈을 수천 번이고 죽여버린다. 터트리고 조각낸다. 물을 꺼버린다. 이젠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자욱한 증기. 돌아선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전신. 저 괴물 놈이 언제 생겼지? 언젠가 퇴근했을 때였나? 출근했을 때 들어왔나? 저놈을 내가 왜 냅둬야해?
성큼성큼 화장실 문을 연다. 아니나 다를까 웅크려 바닥을 긁는 녹색 괴물.
바로 앞에 서서 내려다본다. 이놈이 공격을 하는 순간. 발로 찍어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바닥을 긁는 괴물. 힉힉. 힉힉. 바닥만을 본다. 더 가까이 걸음을 하나 더 옮긴다. 이제 저놈의 듬성한 머리카락이 발등에 스친다. 저 뻗친 마른 손가락이 바닥에서 내 발등으로 옮겨간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근육이 잔뜩 움츠러든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이. 이놈을 걷어차면 바로 앞의 벽에 꽂히리라. 놈은 발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노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너는 무어냐!”
놈과 눈이 마주친 채로 묻는다. 괴로울 정도로 차가운 노란눈. 그 노란 홍채 속의 동공은 욕조의 마개를 뽑은 듯. 모든 공기를 빨아들여 차가운 바람을 만드는 것 같다.
“대답해라!”
나신의 나는 물었다. 그놈의 버석한 입술이 움직인다.
“버-버버버-버버버버”
“말을 해라!”
놈의 따귀를 올려붙인다. 형편없이 휘청이는 머리.
“버버-버버버버-버버.”
“언제 들어온 거야!”
걷어찬다. 나동그라지는 가벼운 몸. 이제 노란 눈은 올려다보지도 못한다.
-두다닥두다다다다닥
그러자 괴물 놈은 바닥을 네 사지로 걸어 도망간다.
“서라!”
따라 방에 들어서자. 방의 가장 구석에 한껏 웅크린 놈.
그놈의 앞에 쭈그려 앉는다. 듬성한 머리칼에 숨긴 얼굴. 놈은 벌벌 떨고 있다.
“이 새끼야! 넌 뭐야!”
고함쳐도 아무런 대답은 없다. 다시 따귀를 때린다. 더 크게 떠는 몸. 이제 쾌감이 몰아친다.
하하하! 이런 놈 때문에 난.
벌벌떠는 놈의 발목을 잡는다. 거칠게 방의 가장 안쪽에서부터 질질 끌어나간다. 놈은 필사적으로 바닥을 잡아 삐이이익 삐이이익 살과 바닥이 끌리는 소리가 난다.
강철 손잡이를 잡는다.
“버버, 버버버, 버버버버버”
“이 개새끼.”
덜컹-, 복도의 센서등이 켜진다.
그리고 바깥으로 버썩 마른 몸을 내던진다. 단단한 돌바닥에 커다란 시루떡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귀가 뜨겁다. 문을 닫는다. 척추를 타고 어지러이 오르는 전율.
쉭쉭. 쉭쉭쉭.
놈이 굳게 닫힌 문을 긁는다. 중문 대신 만든 회색 커튼까지 친다. 점차 긁는 소리가 잦아든다.
“꺼져. 꺼지라고.”
옷을 입는다. 식탁에 앉아 찬을 꺼낸다. 이제 입에 한껏 씹히는 섬유질과 수분과 염분. 그리고 부드럽고 질척한 밥을 씹는다.
하하하!
진작 이랬어야 했어. 진작. 진작이랬어야했어.
집이 고요하다-
쉭쉭. 쉭쉭.
괜히 식탁을 긁어본다. 벌떡 일어나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처박는다.
화장실에서 칫솔을 든다. 칙칙칙-
아무렇게나 이를 닦는다.
웃풍이 들어 차디찬 이부자리에 들어선다.
문을 닫는다.
어둡다. 이불 속이 차가워 자연히 몸이 웅크러든다. 잔뜩 패인 옆구리부터 온 살갖이 쪼그라든다. 온몸이 강한 힘에 깡통처럼 구겨지는 느낌. 고통에 소리를 지른다.
버버- 버버버-
버버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