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中(우중)

단편영화 시나리오

by 변석호

수중의 해파리. 물이 일렁일 때마다 수면을 따라 움직인다. 망망대해에서 떠다니는 해파리.

화면 페이드.

비가 억수같이 떨어지는 회색도시. 건물만 있으며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빗방울에 의해 점차 흐려지며

그 화면 중앙으로 타이틀인.

- 雨中(우중)

타이틀이 사라지며 다시 화면의 초점이 맞아진다. 빗소리는 계속해서 들린다.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어 상체를 앉혀놓은 노인(성현)이 보인다. 창 너머 자그마하게 빗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철창에 떨어지는 굵은 물방울 소리도 들린다. 좁아 보이는 방은 어둡고 얇은 커튼이 젖혀있으나 반투명 창에 들어오는 빛은 거의 없다. 노인은 지겨울 정도로 회색인 창밖을 응시한다. 노인의 손에는 한 뭉치의 서류가 들려있다.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어 서류를 흘끗 보는 노인. 침대 곁의 작은 탁자에 서류를 두고는 다시 눕는다. 창 방향으로 돌아눕는다.

창의 흐린 빛이 들어오는 노인의 눈. 그리고 빗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철창에 떨어지는 굵은 물방울 소리도 들린다.

- 삑삑삑(도어락 여는 소리)

고개를 돌리는 노인. 그리고 흐린 창을 뒤로 한 채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나간다.

작은 투룸 집 부엌이자 거실인 공간. 그 현관에 중년의 여성이 들어와 있다. 밖에 비가 많이 오는 듯. 들고 있는 우산엔 비가 흥건하게 떨어진다. 여성 또한 옷자락이 젖어있다. 손에는 에코백을 들고 있는 여성. 신발을 벗고 들어설 때쯤 노인이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온다.

성현 : (여성을 보며) 왔어요?

여성 : 밥 안 먹었지?

성현 : 응. 엄마는요?

희자(엄마) : 나는 모임 있어서 먹었어. 너 챙겨주려고.

2인용 식탁에 앉은 성현 너머에 희자가 찬장을 살펴보고 있다. 인덕션에는 냄비가 얹어져 있다.

희자 : 참기름이 없네.

그릇에 죽을 옮겨 담은 뒤, 쟁반에 차려 성현의 앞에 놓는다. 그리고 앞자리에 앉는 희자.

식탁의 중앙엔 작은 가족사진이 놓여있다. 조용히 숟가락을 드는 성현.

성현 : 요새도 재밌어요?

희자 : 응. 오늘도 숙이랑 밥 먹었는데, 서로 옛날 얼굴 나온다고 얼마나 웃었는지. 이제는 간 사람들 생각도 좀 덜나고... 막 나다니고 싶었는데 그건 못해서 아쉬워. (퉁 퉁, 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성현 : (한 숟갈 뜨며) 다행이네요.

희자 : 참 행운이다 싶으면서도, 가끔은 이상해. 내 대가 처음이라 그런가? 몸이 바뀌니까 생각도 새로워지는 것 같애. 나도 너처럼 계속 침대에 있었잖아. 좀 걷고 해. 계속 처져 누워만 있으면.

성현 : 여기에 걸을 데가 어딨어요.

희자 : 여기 앞에 산책 나가면 되지. 이렇게 우중충한데 가끔 자란 풀도 있어.

성현 : 이끼 아녜요?

희자 : 이끼도 풀이야. 꽃도 피는데. 동의서는 봤지? 굳이 더 기다릴 필요 없어. 아직도 허연 아들 보면 헉헉 놀랜다.

성현 : (가볍게 웃고) 봤어요.

희자 : 그래? 그럼 줘. 내가 빠른 날로 예약 잡아놓을게.

성현 : 근데, 피곤해서 다음에 드릴게요.

희자 : 아유, 그거 몇 자 쓰는 게 피곤하다고. 지금 하자.

성현 : 엄마도 예전에 이랬잖아. 지금은 나도 그런 나이니까. 이제 쉴래요. (몸을 일으킨다.)

천천히 일어나 방에 들어가는 아들을 보는 희자. 느린 아들이 침대에 가서 풀썩 앉는 소리가 들린다. 희자 쟁반을 들며 일어난다.

물에 잠긴 그릇과 수저는 하나씩 건져져 씻어진다.

좁고 흐린 방안의 문. 싱크대의 물소리가 꺼지자. 뒤쪽 창밖의 빗소리로 가득 찬다. 살짝 방문을 여는 희자.

희자 : 아들. 잘자고 또 놀러올게.

성현 : 괜찮으니까,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되요. 오늘 좀 피곤해서.. 죄송해요.

희자 : 응 누워있어.

성현 : 조심해서 가세요.

다시 방문이 닫힌다.

문 쪽을 보다 정면으로 눕는 성현. 이윽고 현관문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닫힌다.

성현 가만히 천장을 본다. 빗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창 쪽으로 돌아누워 태아처럼 웅크리는 성현.

성현의 까만 동공은 흐린 창만을 담고 있다.

눈을 감는 성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는다.

또다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빗소리가 사그라들고, 천천히 화면이 어두워지며 고요한 물속의 꾸르륵 소리가 들린다.

어두워진 화면이 천천히 밝아오며, 맑은 하늘 푸른 물속에 해파리 하나가 떠다니고 있다.(P.O.V)

해파리는 물에 잠겼다가 벗어났다가 해류에 그저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닌다.


- fin.


배경 : 2050년

장르 : SF, 드라마

제작방식 : 생성형AI를 통한 제작 고려중.

러닝타임 : 12min

로그라인 : 먹히지 않으면 죽지않는 해파리

작가의 이전글천변풍경(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