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본디, 말이라는 것은
들을 흔들어 깨우고
해를 쏘아 떨어트리고
움트기 전 봉오리를 울리고
냇가에 누운 혼을 부르고
솟구치는 파도를 위로하고
죽음을 수 천번 디뎌 사랑과 만나고
골짜기의 호랑이, 까치의 재담을 듣고
문지방에 치뜬 개구쟁이의 눈을 찾는 것
해지고 닳은 옷에서 도깨비의 노래를 듣는 것
본디, 말이라는 것은,
그렇게 깊은 목떨림으로-
우주를 들이쉬고, 내뱉으며,
머언 존재들을 불러- 둘러-앉혀,
미칠듯 웃고 울으며
고개를 까불고 몸을 흔들며
신명난 판을 벌이는 것
서로를 떼어내 던지고 받아보는 것
그렇게,
이제...
말이라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