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문

by 변석호

본디, 말이라는 것은

들을 흔들어 깨우고

해를 쏘아 떨어트리고

움트기 전 봉오리를 울리고

냇가에 누운 혼을 부르고

솟구치는 파도를 위로하고

죽음을 수 천번 디뎌 사랑과 만나고

골짜기의 호랑이, 까치의 재담을 듣고

문지방에 치뜬 개구쟁이의 눈을 찾는 것

해지고 닳은 옷에서 도깨비의 노래를 듣는 것


본디, 말이라는 것은,

그렇게 깊은 목떨림으로-

우주를 들이쉬고, 내뱉으며,

머언 존재들을 불러- 둘러-앉혀,

미칠듯 웃고 울으며

고개를 까불고 몸을 흔들며

신명난 판을 벌이는 것

서로를 떼어내 던지고 받아보는 것


그렇게,

이제...

말이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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