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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트쿠키 Oct 27. 2024

계속 달린다. 나의 페이스로

작은 성공경험 수집 중



"어차피 완벽한 계획은 없어.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봐"


배우들이 달리는 거리만큼 청춘들에게 여행을 보내주는 예능인 '두 발로 티켓팅'에서 하정우가 여진구에게 해주는 조언이다. 40대의 선배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20대 후배에게 어떤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저질러 보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확신이리라. 


자신이 시작하는 일에 처음부터 확신을 갖기는 쉽지 않다. 신도 그 결과를 알 수는 없으니 말이다. 확신은 경험적 확률로 습관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확신은 처음부터 갖고 주어지는 것이 아닌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신을 만든다라는 개념은 무엇일까. 나는 이 답을 N잡러들의 독서모임에서 찾았다.



"정신승리보다 행동승리를 믿는다"

하루에 다양한 일들을 처리하고 일을 사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던 역량에는 하나같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작은 경험으로 성공경험을 쌓으라는 것'이다. 작은 경험은 즉, 작은 실패의 연속을 말하기도 한다. 그것을 발판 삼아 변형하고 또 시도하다 보면 결국 작은 경험은 성공경험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꾸준함과 습관의 누적이며 성공경험이 습관이 되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된다. 확신은 자존감으로 나를 단단히 해준다. 정신력이 아닌 행동력이 나를 이끌어준다. 연말병과 함께 마흔을 앞두고 다시 한번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에 작은 성공경험들을 떠올려 본다. 








34살, 동생 결혼식 때문에 운전을 하다


친구들 모두 수능 이후 또는 대학교 시절에 운전면허증을 땄다. 겁이 많고 평소에 잘 놀래는 성격이라 평생 운전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했다. 하지만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타의에 의해 운전을 시작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부모님께서는 두 분 다 운전을 하지 못하시고 동생만 유일하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이동 시 택시를 타거나 가족여행을 할 때는 동생이 하면 됐기 때문에 운전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동생의 결혼식 마저 동생보고 운전을 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 택시를 빌릴 수도 있었지만 마음대로 트렁크나 차 안을 이용하기는 불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동생의 결혼식 축하보다 동생 결혼식날 무사히 운전을 완수하는 것을 우선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남들 한 번에 따는 운전면허를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땄다. 바로 운전연수 20일을 신청해서 5일은 운전의 감과 주차를 익히고 15일은 오로지 집과 결혼식장인 압구정까지 반복했다. 일부 막히는 구간을 포함해서 평균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첫날 2시간 만에 도착했다. 같은 서울인데 평균 4시간을 왕복이라니. 나는 왕복 시간보다 운전해서 목적지를 찍고 왔다는 것에 울컥했다. 


다음날은 목적지까지 1시간 50분, 40분, 30분... 어느 구간에서 미리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지, 어느 차도에 미리 있어야 하는지를 익혔다. 그리고 대망의 결혼식 날, 나는 미션을 완벽하게 성공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식장에 도착하여 축하도 잘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첫 운전 미션을 성공한 후, 나는 차박과 캠핑까지 하며 운전경험이 쌓이는 만큼 활동반경도 넓어져갔다. 평생 운전을 하지는 못할 거라고 그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것이 미안했다. 우리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말자.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 글쓰기


다이어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쓰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목표가 중심이기도 하고, 한창 펜팔을 할 때는 꾸미는 것이 목적이기도 했다. 한참 어른이 된 지금은 신세 한탄의 장이 되고는 있지만. 


블로그는 대학교 3학년 이후 휴학하면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고 블로그를 이용한 대외활동도 많아서였던 것 같다. 그때 만들었던 블로그는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 드라마, 독서, 여행과 같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기도 하고 홍보, 행정과 같이 경력을 채워 넣기도 한다.  


2년 전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마지막 회사 일을 마치고 제주에서 두 달 가까이 살았던 시간을 쓰고 싶어서였다. 또한 '작가'라는 표현이 좋았다. 책 한 권 낸 소위 일반적인 작가는 아니지만, 내 삶에서 만큼은 작가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비록 그 뒤에 꾸준하게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쓰겠다는 제주살이에 대한 기록은 완성했다. 


요즘에는 스레드를 시작했다. 메타가 만든 메타 버전의 트위터로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년에 등장 후 주춤했다가 최근에 스레드가 핫해지기 시작했다. 500자 내외로 쉽고 간단하게 쓴 글만으로도 1만 조회수를 달성하기 좋다. 인스타에서 인플루언서로 가는 진입장벽이 높아져서 스레드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다. 인플루언서라는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플랫폼에 글을 쓰고 싶었다. 


10대 때부터 20대 그리고 30대까지 곳곳에 '나'라는 사람을 적고 있다. 글을 쓴다는 건 나의 지금을, 나의 경험을 검은 활자를 통해 직접 보며 마주하게 한다. 마주한다는 것 또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한 키워드에 대한 글을 완성할 때마다 그 키워드에 담긴 나와 마주하는 것을 성공한 느낌이다. 그 성공이 담겨 다시 지금의 글이, 나만의 책 한 권이 되어 간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달리기를 시작하다


어렸을 때부터 체육시간에 제일 싫어하는 것은 달리기였다. 운동신경이 없었기 때문에 100m 달리기와 오래 달리기는 늘 꼴찌였다. 꼴찌가 되는 것도 싫었고 결국 꼴찌를 할 텐데 숨이 턱턱 막히게 뛰는 행위 자체도 싫었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달리기를 요즘 시작했다. 우연히 학교 선배를 통해 런데이 앱을 배웠다. 왕초보가 30분 달리기를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8주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다. 나 같은 초보는 천천히 달린다고 해도 바로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없다. 첫날은 5분 웜업 걷기 -> 1분 뛰고 2분 쉬고 X 5번 반복 -> 5분 마무리 걷기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1주가 지나면 1분 30초 뛰고 2분씩 쉬고, 그다음에는 2분 뛰고 2분씩 쉬며 뛰는 시간이 점차 늘어간다. 무리하지 않도록 주 3회씩 8주 프로그램을 완료하면, 8주 뒤에는 30분을 달리는 몸으로 만들어진다. 


아직 3주 차인 러닝 병아리라 달리기의 장점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달리기를 하기 위해 중랑천까지 나가는데 많은 생각과 준비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끼는 것은 하나 있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나가서 달린 뒤에 앱에 완료 도장이 찍히면 뿌듯하다는 거다. 오늘 내가 설령 다른 일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해야 할 일 하나는 했다는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삶이 풀리지 않을 때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을 해보라"  

이영자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었다. 인생의 고비에서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해보니 새로운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 새로운 길은 '해보니 되더라'라는 어느새 채워진 자신감이 만들어낸 것이다. 나도 올해 가기 전에 가장 싫어하는 달리기 8주 프로그램을 완주할 것이다. 올해에 한 것이 없다는 자책감보다는 8주 동안 꾸준히 달려왔다는 작은 성공경험으로 자신감을 채우려 한다. 내년이 오기 전에. 마흔을 맞이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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