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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애 Oct 27. 2020

우리는 왜 살까?

산다는 건 뭘까?

아이는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묻기 시작했어.


"나는 왜 살까? 사람은 왜 살까? 산다는 건 뭘까?"


자라며...

늙으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 아이에게 

나름대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대답해줬지.


"누구한테나 삶은 힘든 거야. 너만 그런 건 아니겠지 생각해. 그럼 좀 위로가 될 테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

"왜 사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목숨이 붙어있으니까 살지."

"생즉고. 삶은 즉 고통이니라."
"삶은 허무한 거야. 뜬구름 같은 거지."

"무슨 일 있니? 마음이 힘들어? 마음에서 힘을 빼."


어떤 대답도 아이의 마음에 들지 않았어.

어떤 날은 신이 있고 천국이 있어서... 천국에는 착한 사람만 살 테니까...

천사가 될 자격이 있는 영혼을 가려내려고

우리 모두 사람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 상처 준 사람을 원망하기보다

'당신은 날 강하고 현명하게 만들어주는 스승입니다'하고 감사할 줄 아는 자격.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왜 이렇게 안 될까,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 화내고 절망하는 대신

'어떻게 몇 술에 잘 되길 바라. 욕심쟁이 같으니라구!'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자격.

어떤 경우에도 천사 같은 마음으로, 

천사 같은 웃음으로 사는 영혼을 골라내기 위한 시험 같은 거,

그게 삶 아닐까?

그래서 삶이 고단한 거 아닐까? 아휴... 힘들어.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계속 됐지.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누구 한 사람 뾰족한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든 순간, 

맑게 겐 하늘처럼 마음이 시원해졌어.

내가... 우리가 산다는 건... 삶은... 

마치 우리가 무엇을 미치도록 사랑하거나 추앙할 때처럼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너무 거룩하고 경이로운 것이라 질문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것.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마음이 따뜻해졌어.

그냥, 그저 살아있음에 가슴이 벅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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