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황당한 거짓말을 하면
(현장사례 3)

by 블랙홀

인간의 거짓말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 중 기저에 깔린 것은 두려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려움을 느낄 때 현장을 도피하려 하고, 그 표출로 나타나는 것이 거짓말 인 셈이다.


거짓말이 선의라면 다행이지만 누군가에 해를 끼치는 거짓말이라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 판단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겐 양파처럼 껍질을 단단해서 현실과 헷갈릴 때가 종 종 일어나곤 한다.

철이는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과 더 잘 어울리는 2학년 남자아이였다.

보통 키에 호리호리한 몸, 쌍꺼풀 눈, 갸름한 얼굴에 뽀얀 살결은 전형적인 도시 남이었다.

당시 어른들은 통통한 아이가 부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기준은 달랐다.

모두 그런 것도 아니건만 통통함 = 체육도 못하고(달리기나 피구 등) 율동도 못하는(운동회, 중간놀이) 아이라고 지레 판단했다.


4kg이 넘는 우량아로 태어난 막내 생각이 나서 오히려 그런 아이를 보면 이름 한 번을 더 불러 주곤 한다. 학기 초 교사가 자주 이름을 불러주면 다른 아이들은 그 친구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말썽을 부려 불리는 이름은 그 반대 효과를 나타내지만.

통통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나름 자신의 외모에 무의식적인 불만을 갖고 있다. 그것이 더 안타까웠다.

그러면에서 보면 철이는 학급에서 인기 있는 아이 중의 한 명이었다.

남매 중 맏이였고 아래로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말투나 행동을 성인 여자처럼 했기에 여자아이들은 재미있어하며 놀이에 철이를 자주 끼워주었다.


“언니~~ 언니” 하며 여자애들을 불렀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면, 맞지 않는 하이힐을 신은 성인 여자를 보는 듯했다.


알고 보니 부모님은 다방을 운영 중이고, 살림집이 다방 안쪽에 붙어있는지라 철이에게 다방은 그냥 놀이터, 또는 집 자체인 셈이다.

어려서부터 손님들에겐 그저 귀여운 아이였고, 다방 아가씨들을 보고 자라다 보니 철이의 언행은 그냥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이었다.

당시 철이의 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잘 나가는 어깨 형님 중의 한 명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 체육시간, 아이들이 소리를 쳤다.

“선생님, 철이 이빨에서 피나요.” “선생님, 철이 이빨 빠졌대요.”

철이에게 물어보니 왜 빠졌는지 모르겠단다.

입안을 들여다보니 혓바닥이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당시 유행하는 보라색 사탕을 먹어 입안은 온통 보라색 천지이고, 달달한 냄새는 아직 가시지도 않았다. 이빨은 빠진 게 아니라 사탕을 먹다가 충치 끝부분에서 깨진 것이었다. 뿌리는 어금니에 그대로 있고 반은 깨진 채 손바닥에 쥐고 있었으니.

사탕을 깨물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옆에 있던 아이들이 한 마디씩 한다.

“철이가 이빨이 썩어서 어제도 아프다고 했어요.” “밥 먹을 때도 이빨이 아프다고 했어요.” “사탕 먹다 이빨 빠졌다면서 손바닥에 이빨 보여줬어요.”


친구들이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하니 철이는 풀이 죽어 가만히 있었다.

아마도 수업시간에 사탕을 먹었다는 것을 담임이 알게 된 것이 싫었나 보다.


친구들의 조잘거림에 철이는 얘기를 했다.

“수업시간에 사탕을 빨리 먹으려고 깨물었는데 이가 툭 하고 부러졌다.”는 것이다. 난 네 이빨이니 집에 잘 갖고 가서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남은 뿌리는 치과에 가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하교시키고(당시 2학년은 4교시 오전 수업) 급식을 먹은 후, 철이부모님께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급식은 정해진 시간이고 말을 많이 하니 배꼽시계가 난리가 나서 급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막 교실로 올라오니 교장실에서 호출이 왔다.

가 보니 철이와 철이의 아버지라는 문신 남자가 얼굴이 벌게져서 교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날 체육시간에 반 아이들이 때려 철이의 어금니가 깨졌다는 것이다.

철이는 여러 명이라 일일이 기억을 못 한다니 때린 아이들의 부모는 물론, 학교에서 그것도 수업 중 일어난 일이니 담임과 학교에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교장은 철이 아버지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어찌해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철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이 없다.

아버지께 오늘 수업시간에 있었던 ‘사탕’ 얘기를 하며 그렇지 않아도 철이의 충치가 심하니 치과에 데리고 가보라고 연락을 하려던 참이라고 말해 주었다.


얼굴이 벌겋게 큰 소리를 치던 아버지는 자초 지장을 듣고 나더니 철이에게 물어봤고, 철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아버지는 자신이 좀 더 확인했어야 하는데 아이말만 듣고 이렇게 찾아와서 큰소리를 낸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아이는 옆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아버지에게 혼날까 봐 무서워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께 "철이가 많이 놀랐을 테니 혼내지 마시고 치과에 한 번 데리고 가서 치료받으라"라고 조언을 해주었고, 아버지도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다.


교사는 수업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화장실이 건, 점심시간이건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항상 관찰하고 듣고 눈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조금의 다툼이라도 있다면 둘을 불러 물어보고, 두 아이의 말이 다르다면 그 주변에 있는 주변인에게 불어 보면 다툼이 일어난 과정을 알고 있는 모두를 기록해 둔다.


다툰 아이들이 있다면 서로 사과를 중재하여 앙금이 남아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하교 전, 그 보모님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리 알려드린 후, 그 후속조치까지 조언을 해주면 대부분 큰 물의 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담임이 모르고 있다면 어떤 조언이나 물음에도 대답하지 못하니 낭패스러운 일이 생기는 이유다.


나도 급식을 먹기 전에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배가 고파 밥을 먹는 그 시간에 학교로 찾아온 것이다.



1) 학급, 학교 안에서 이루어진 아이들의 다툼은, 그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말은 자주 바뀔 수 있으니 친구와 다툰 이유와 내용을 간단히 쓰게 하고 보관한다. 말로만 하는 것과 문자로 쓰는 것은 아이에게 의미가 다르다.

2) 작은 상처라도 아이가 교사에게 얘기하면 보건실에 가서 간단한 처치를 해주는 성의를 보여라.


때론 멀쩡한데도 아프다고 하는 것은 담임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대일밴드 한 장임에도 아이는 만족하고 흐뭇해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3) 친구 간의 작은 다툼은 전후 사정을 듣고 교사가 중재해서 화해를 시킨다. 화해가 안되면 일종의 복수심처럼 더 큰 다툼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앙금을 털 수 있도록 화해의 악수, 스킨십은 서로를 이해시키는 방법이다.


4) 병원 치료를 요하는 것이라면 가해자의 부모는 아이와 함께 피해자 집으로 가서 그 부모님과 피해자에게 화해를 시키도록. 한다.

보건실 처 치외에 치료가 더 필요하면 치료비를 학교공제회에서 대체하겠다고 미리 말해 주는 것도 좋다)

5)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해라. 아이는 혼날까 봐 거짓으로 말할 수도 있고, 중간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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