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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이 무엇인지(2)

by 블랙홀

누군가 교직이란 세계는 알고 나니 대기업이나 공무원보다 더 치열한 세계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어느 직종보다 치열하고 스트레스받지만 사람들은 주 5일제에 칼퇴근하고, 일 년 두 번 방학 때는 먹고 놀아도 봉급이 나오니 교직은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이면은 보지 못 한채.


일반기업은 사원ㅡ대리ㅡ과장ㅡ차장 ㅡ부장 ㅡ상무보ㅡ상무 등으로 오너인 사장 아래 체계가 정해져 있다.

일반행정공무원은 9급ㅡ8급ㅡ7급에서 2급까지 능력과 일정기간이 흐르면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교직은 다르다.

승진이라곤 달랑 한 자리, 교장밖에 없다.


교장이 되지 못하는 교감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샌드위치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자리기 때문이다.

교장은 필요한 것을 직접 말하지 않고 교감을 통해 지시를 하고, 교사들은 교장에게 불만이 있으면 핏대를 세우면서 교감에게 대놓고 얘기한다. 특히 교포족은 잃을 게 없으니 거칠게 항의할 수도 있다.


일처리가 안되면 교장은 교감이 무능하다고 근평을 짜게 준다.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근평을 주니 교장에게 대들 수도 없다. 실권 없는 시어머니와 같다.






내가 본 최악으로 기억되는 사건이 있다. 발령받은 새내기부터 50여 명이 모두 모인 교무회의에서 사건은 터졌다.

포기하지 않은 교무부장 자리가 막 전입해온 십여 년 아래의 후배에게 돌아가자, 교포족이었지만 경력 예우 차원에서 교무부장을 했던 전임 부장교사의 뚜껑이 열린 것이다.

c8에서 언쟁이 시작되자 교장은 슬그머니 피하고, 남아서 뒷처리를 하던 교감을 향해 의자는 날아가고 주먹은 코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눈치 빠른 선배들은 험한 꼴을 보이지 않으려 후배들을 회의실 바깥으로 내보내고, 교감은 얼굴이 벌거 진채 그 욕바가지를 모두 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음 교장실로 쫓아 가 난리 피우는 걸 막기 위해.

그렇게 샌드백 역할을 해야하는 자리가 교감이라는 고달픈 자리이다.


그렇다고 같이 싸우면 교감이 아랫사람을 못 다룬다고 인근 아니, 그 바닥에선 소문이 쫘악 퍼질 것이다. 그래서 교장이 안되려면 차라리 교포족으로 사는 게 정신건강에도 훨씬 낫다.


이때 전문직 출신이라면 교장이나 교사들과 한바탕 하고 교육청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

한번 전문직을 했으니 두 번째는 들어가기가 쉽다.


그렇게 되면 이젠 입장이 거꾸로 되어 교장이 쩔쩔맨다.

교장이 원하는 지역으로 들어갈 때 필요한 근평을 교육청에서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직 출신 교감이 오면 교장도 교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전문직 출신은 실적이나 실력은 물론 능력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전문직 출신의 교감이나 교장이 오면 교사들은 '이제 죽었구나' 하고 한숨을 쉰다.

하라는 일도 많고 적당히 넘어가려면 귀신같이 잡아내기 때문이다.

전 교사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연구학교를 따오는 것도 발바닥이 넓은 전문직 출신이다.

막 크려는 교사는 이때 라인을 잡을 수 있으니 내심 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고되고 힘들어도 기를 쓰고 왜 그 바닥으로 나가려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될 것이다.

도교육청은 장학직과 교육 연구직으로 나누어지지만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장학직은 일선 학교 교사를 상대로 하지만 교육 연구직은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도 겸하는 정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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