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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

by 블랙홀

시험소동이 일어난 직후 교육계를 설왕설래하게 만드는 제도가 느닷없이 생겼다.


듣도 보도 못한 수석교사제도가 생긴 것이다.

지금에야 웬만큼 큰 학교는 수석교사가 1명씩 배치되어 큰 의미가 사라졌지만 초기엔 살벌했다.


교육부에서 직접 차출해서 교육부 장관이 자격 연수증을 주었고, 전국 시도에서 5명씩으로 인원 제한을 했다.

도교육청의 추천이 있어야 했고, 교육도 서울 교육부 연수원에서 집합연수를 받았다.


교감과 같은 동급의 대우를 해준다고 했다.

교감과 같은 금액의 직책수당을 받았고,

저학년을 맡되 주당 수업시간은 18시간 이내로 했다.

수업 관련 외의 다른 업무는 주지 않았다.

또 원하는 학교로 우선 발령을 내주기도 했다.

다만 수석교사는 더 이상 승진을 하지 않고 퇴임까지 수석교사로 남아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의 수업에 관한 것은 수석교사의 소관이었고, 다른 학교에서 초빙을 하면 수업에 대해 강의를 했다. 때론 내. 외부 교사들을 불러 시범수업을 하기도 했다.

교육청 세미나 또는 교육연수원에서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교육청에는 일 년 동안 강의나 세미나 자료들을 활동보고서로 제출해야 했다.

교감과 같은 금액의 수당을 받으니 결과물 제출은 당연했다.




수석교사가 배출된 학교는 그 역할을 공문으로 내려보내 알고 있었지만, 수석교사가 없었던 태반의 학교에서는 그 임무를 잘 알지 못했다.


도교육청에서 손을 내밀어 전문직 응시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을 거절하고, 그동안 노력했던 실적으로 수석교사가 되어 학교현장에 투입되었다.

승진은 못 해도 뒷방 늙은이로 지내고 싶지 않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첫 해라서 인지 수석교사가 뭐라고 왜 그런 특혜를 주느냐고 태클을 거는 동료 교사들이 많았다.

교감과 동급의 대우를 준다니 일선의 교장이나 특히 교감은 밥그릇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기 일쑤였다.


하긴 교사의 신분으로 교감과 수평라인의 직분을 준다는 게 그들에겐 '어디서 굴러온 개뼈다귀야?' 하는 식의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다.


전국 지역에 따라 1회 수석교사들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어려움과 관심, 환영과 시기를 함께 받았다.


새로 전입해간 근무학교로 수석교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전입해가서인지, 아님 전년도의 공문을 받지 못해서인지 사사건건 태클이 걸렸다.(해당 소속 학교로만 협조 공문을 보냈기 때문)

공문 요청에 의한 출장도 눈치를 보며 나가야 했다.

산을 하나 넘으니, 또 다른 산이 그렇게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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