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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직업
스펙!정말 필요한 학생에게만
by
블랙홀
May 29. 2022
요즘 뉴스에서 스펙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
청문회장이나 국감장이나 온통 스펙이 난리를 친다.
예전처럼 예비고사나 수능이라는 지필고사를 치를 때는 스펙의 중요성을 별로 못 느꼈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정시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수시라는 또 다른 제도가 생기면서 학생의 평소 실적까지 평가하면서 추가된 것이다.
스펙은 대입에서나 봄직한 것이지만 사실 초등부터 필요할 때가 간혹 있다.
생활기록부는 원적교에 5년, 그다음은 국가기록물센터에 이관되어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게
되므로
그 내용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그 안에는 과목에 대한 평가 및 행동발달사항, 특별활동, 수상기록, 인적사항, 봉사활동. 자치회 활동 등 어찌 보면 주민등록등본이 아닌 초본처럼 이전의 것을 모두 짊어지고 다녀야 하니
인위적으로 일, 이년만 잘해서 되는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특수하게
중등과정인 국제학교 진학 시에는 스펙이 필요하다.
스펙은 목적이 없는 일반 진학은 필요치 않지만,
특정학교를 꼭 집어 진학을 목적으로 할 때는 그 학교마다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준비할 수밖에 없다.
예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스펙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것도 국제학교를 진학하려던 한 아이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교직에 있으면서도 한 번도 경험치 못 한일이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유학을 가는 줄 안다. 국내는 다르겠지만 해외유학은 사실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외국의 대학을 가는 경우는
직접
응시하거나 특별하게
진학하는 케이스이고, 대개는 한국에서 학사나 석사를 거친 후 외국 유학을 간다.
초. 중. 고의 경우는 해당국에 보호자가 취업이 된 경우, 외교관이나 공적인 파견과 기업의 파견, 시민권 또는 비자 등
거주에 문제가 없어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과는 학제도 다르고, 해당국에 몇 년 이상 재학을 해야 한다는 규정 등의 조건도 필요하다. 입시생의 특별한 스펙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응시해서 입학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내가 본 아이는 3학년 2학기에 미국 유학을 갔기에 재학기간에 걸려 진학을 못하고 도로 한국으로 나온 케이스다. 그 자구책으로 국제학교를 진학하려 한 것 같다.
5학년 말이 되어 편입해왔는데 6학년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 시,
마치 국회의원선거를 보듯 벽보와 피켓은 물론 현수막까지 그 아이 때부터
성대하게 등장했다.
열심히 한 덕분에 전교 어린이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말마다 보육원과 노인정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착한 아이였다.
아이의 눈동자는 항상 의욕으로 빛나 있었고
,
교내 대회와 교외 대회까지 대회란 대회는 모두 참가해서 하다못해 장려상이라도 받아왔다.
그걸 모두 함께 한 그 엄마의 치맛바람도 요란했지만, 쉬지도 못하고 끌려다니는 아이가 입시라는 짐을 너무 어려서부터 지는 것 같아 불쌍하기도 했다.
하교 후 몇 개의 학원은 기본에다 논술, 영어까지 따로 레슨을 받으며 마치 기계처럼 시간을 쪼개어 움직였지만 군 말 한마디 없었다. 본토발음에 가까운 아이에게 책 잡힐까 봐 영어전담 샘은 그 교실에 들어갈 때 항상 긴장해야 했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는 인근 학교에 까지 화제가 되었고,
중학교에 진학 한 선배들 중 좀 논다는 아이들은 잘난 후배 얼굴 한번 보자며 교문에 진을 치기도 했다.
겁을 먹은 아이는 엄마에게 sos를 했고, 당시 그 도시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정형외과 원장인 아버지는 운전기사 딸린 보디가드를 붙여줘서 등. 학교 시에는 항상 검은 세단이 들어와 나도 부러웠다.
하긴 의사 중 돈을 많이 번다는 정형외과 원장에다 금싸라기 땅에 쌍둥이 빌딩을 가진 부자이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하지만 일 년의 그 노력으로는 부족했는지 아이는 국제학교에 떨어졌고 인근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때 난 목적을 위한 스펙이 얼마나 중요하고,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그때 처음 알았다.
학생 혼자만으론 노력한다는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정보도 알아야 하고, 얻은 정보를 활용해야 하려면 주변인의 도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위 스펙이 아니라면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관대해야 할 것에는 인색하고 인색해야 할 것에는 관대한, 그 잣대의 공평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흠인 것 같다.
개천에서 용 난다. 는 속담이 있지만 요즘엔 불가능이지 싶다.
기본이 든든하고 바탕이 있어야 정보도, 넓은 시야도 바라볼 수 있고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엔 풍채가 있어야 부잣집 아이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정크 식품이나 인스턴트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확률적으로 몸이 비대한 걸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펙은 맞춤용 입시제도로 중요하고 특별하지만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스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교사들 중에도 재외 한국인학교로 희망할 경우 보호자의 자격으로 자녀를 동반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여 경쟁이 되다시피 했다.
대부분 기본 2년이지만 현지에서 희망을 하면 더 쉽게 연장되기 때문에 4년을 갔다 오기도 했다.
교사들은 주로 한국인 교사를 희망하는 동남아(태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 등) 나 중국 또는 일본으로의 파견지의 요청에 따라 자격이 맞으면 응시할 수 있다.
배우자는 동행할 수 없지만, 보호자로서 자녀는 동반 출국이 가능했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
아이들의 제2 외국어 습득이 가장 강할 때가
초등 저학년 때 갔다가 중학교 입학 전에 들어오는 게 효과적인 것을 봤다.
어려서
학령 전에 가게 되면 돌아와서 한국어의 습득을 어려워하고 받침도 엉망이라서 또래 학년에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도 자주
봤기 때문이다.
또 초등 고학년에 가게 되면 중등 진학이 걸림돌이 되어 귀국이 빨라지니 별 효과가 없었다.
내가 근무한 학군은 지방이지만 강남과 같은
수준의 높은 부모들이 많아 유학을 가는 경우도 많았고, 편입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흔했다.
교육법에 의하면 편입 시 기본적인 시험을 보게 해서 적정 학년에 올려 보내라 하지만 또래들보다 일 년을 유예하게 되면 아이에게 중요한 사안이라 쉽게 유예를 시키지 못한다.
친구들을 선배라 부르고, 후배와 같이 교육을 받는다면 참으로 난감한 사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아기 때 출국했다가 초등 중.고학년에 돌아오면 교과의 가장 기본인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다른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현지에서 부모들이 그만큼 한국어를 따로 교육을 시켜야 했다.
한글에 대한 독해력이 부족하면 모든 교과에 대한 이해도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칫 잘못하면 학교에서 빙빙 겉돌기만 하기도 했다.
초. 중등의 유학이 없던 시절에서 어느 순간 광풍처럼 유학 바람이 불어 기러기가족으로 지내는 집이 많아졌다.
따라서 처음엔 없던 유학 편입생을 위한 규정도 시대에 맞게 변화되었다.
내가 교직에 있을 때에서 지금은 또 바꿔질 수도 있을 것이고.
스펙은 많은 외국인학교, 국제학교 또는 외국 유학을 하려 할 때 해당 학교마다 모집요강이 다르므로 몇 년을 두고 가고자 하는 학교의 정보를 얻어 그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스펙 때문에 부모는 발품을 팔아 정보를 파악해야 되고. 아이는 스펙 쌓느라 친구들과 추억 쌓기를 못 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는 나도 알 수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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