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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Jul 31. 2022

인간이라서

예전엔 몰랐었지.

돈을 벌기보다는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걸.


예전엔 몰랐었지.

배고픔보다 더 힘든 건 먹을 수 있는 치아가 없다는 걸.


예전엔 몰랐었지.

아버지의 말씀은 다 옳았지만 그걸 깨닫지 못한 무지함이 더 후회된다는 걸.


아버지는 그러셨어.


부족하니 인간이고

실수를 하니 인간이고

그리움을 아니 인간이고

눈물이 나는 걸 참을 수 있으니 인간이라고

나도 인간이라 그때는 몰랐을까?






예전엔 몰랐었지.

나이가 들어가는 것보다 나이 든 현실이 더 서럽다는 걸.


예전엔 몰랐었지.

한 치 앞을 못 보는 것보다 현재를 볼 수 없는 게 더 무섭다는 걸.


예전엔 몰랐었지.

아이들이 크는 것만큼 내 등을 더 굽어지고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는 걸.


엄마는 그러셨어.


욕창이 생길 때까지 살고 있는 게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고.

두 발은 있지만 걸을 수 없음이 더 절망이고.

볼 수 있으나 보고픈 아이 쭈쭈를 못 보고 떠나는 게 더 아픔이라고.


엄마의 말씀이 다 옳았지만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한 무심함이 더 불효라는 걸


철이 들면 부모는 떠나고 없다는 것을


아이들도 나처럼 깨우칠 수 있을까?




(해설)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걸

내가 부모가 되고

내가 부모님 나이가 되니

지난날에 대한 회한으로 서럽다.


잔소리한다고

귀 막고 지냈던 나처럼


나 떠난 후

아이들이 나와 같은 후회로 괴로워할까 봐

내가 더 슬프고 우울하다.


깊은 부모님의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인간이라 할 수 없겠지.


반려견 쭈쭈를 한 번만 보았으면 여한이 없다며

요양병원 병실에 누워 눈물짓던 엄마.


돌아가실 때까지 천정만 바라보다 돌아가신 엄마.


오늘따라 모님이 유달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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