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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블랙홀
Feb 25. 2023
기간제 교사라서 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 (1)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양면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지만 난 성선설을 믿고 있다.
태어나서는 백지장처럼 선한 사람이지만 성장할수록 주변의
환경에 따라 알록달록 얼룩지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성선설이나 성악설이 아닌 동전과 같은 양면성을 갖고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집밖으로 돌 때도 있었고, 집콕으로 한 달 이상을 현관밖으로 나가지 않은 적도 있으니
주변인들은 정도가 없다고 예전에도 불만이었고 지금도 불만이다.
과할 땐 너무 과하고, 융통성이 없을 땐 너~~ 무 없어 속이 터진다고.
하지만
정작 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요즘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훨씬 편한 세상이 되었으니 손가락 몇 개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생필품은 물론 육류, 야채에 간식거리까지 시키면
당
일 오후 또는 다음 날이면 받을 수 있으니 생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코로나로 팬데믹이 끝났다 해도 그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가끔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걱정은 스트레스를 낳고, 스트레스는 또 다른 걱정을 낳으니 말이다.
나름 터득한 것은 우울함이 정도를 넘칠 땐 커피 한 숟가락에 설탕 한 숟가락으로 달달 커피를 마시거나, 커피믹스 두봉을 자판기 컵에 담아 완샷 하는 게 최고의 약이 되었다.
지인들은 무식하게 커피를 완샷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맛보다는 일종의
약처럼
마시는 거니 홀짝거리며 마시지 않는다.
사실 커피 맛을 모르는 게 한몫을 하기도 한다.
시간이 많다 보니 예전에 시작했다가 끊어져 버린 내 버킷리스트가 아쉬웠던 것을 되돌아보았다.
현직에 있을 때도 막연히 명예퇴직을 하면 전국을 돌며 짧게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3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1년은 묶어 놓는 것 같아 싫고), 전국
유명지에서
근무도 하고
관광도
하는
여행자가 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지역성도 다르고 특색도 다르고 특산물도 다르고...... 더구나 지역 교육청의 교육과정이 각자 다르므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교직을
4년 만에 때려치우고 정치판에 뛰어든
동기오빠가 있었다. 그 지역에서 시의원으로 도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교육감후보로 나왔을 때 난 그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했었다.
브리핑 자료와 기자들의 보도자료를 만들고, 교육정책 방향을 제시하려면 타. 시도의 교육정책을 뒤훓었던 생각이 나서 실제 현장에서 직접 접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일찍 명퇴를 한 직후라서 기간제 교사 일자리는 어디를 가도 차고 넘쳤다.
왜냐하면 내 나이에는 한창
농익은 때
라서 퇴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교포족으로 지내다가 연금이 가장
꼭대기
에 퇴직한 사람은 1.2년은 쉬었다가 60이
넘어서야
기간제로 나섰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기간제라 해도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그 나이가 되니,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생물학적으로 변함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이 그립고, 예전의 생활이 그리울 땐 뭐니 뭐니 해도 푹 파묻힐 일이 필요하고 그 일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표면에 내세워야 하니 결국은 교직이었다.
타 시도 교육청을 기웃거리다
처음 선택한 곳은 3개월 계약으로
산후휴가에 들어간 교사를 대신해서 강원도 영월의 작은 학교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숙소도
잡을 겸
출발을 했다.
영월은
산세 좋고 인심 좋은
곳이었으며
, 단종의 유배지가
있어 유명했다.
유일하게 왕릉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예전 가봤던 영월 고씨동굴 외엔 처음 가보는 곳이다.
집에서 영월까지는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타도 편도 3~ 4시간 정도 걸렸다.
문제는
3개월 근무를 하면서 살림살이를 들고 가기도 어렵고 해서 궁리 끝에 TV며 냉장고, 에어컨, 침대가 있는 모텔의 장기숙박을 원했지만, 여름 철이라서 모텔에 숙소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리를 몰라 교감선생님과 함께 인근 원룸을 돌아보았다.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했지만
단기로 방을 준다고 했고,
그나마
잠금장치가
제대로
되어
계약을 하고 근무하기로 했다.
숙소는 영월터미널 바로 건너였고, 옆에 유명한 먹거리 상설시장이 있어 끼니해결에도 좋을 듯했다.
강원도 사람들은
정말
인심도 좋고 근본도 있었으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정도 갖고
있었다. 학교의
교장과 교감선생님은 참으로 살갑게 대해줬다.
장거리임을 감안하여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장거리에 차가 밀리니
조퇴를 달고 나가라고 도 했다.
편도 3시간 이상 막히면 4시간 걸리는 거리였지만 오고 갈 때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바리바리 차량 트렁크에 가득 실고 풀어놓고는 다시 돌아왔다.
엄마가 간 다면 아이들은 기다리다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사람은 같이 살아 좋은 사람도 있고 따로 살아 가끔 만나는 것이 더 유익했다면 우리는 후자에 속했다.
집에는 1.3주에 내려갔고, 2.
4
주는 주변 문화유적지나 체험 등 여행을 하며 보냈다.
하지만 담임이 기간제임을 알고 있는 학부형 들 중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담임을 뛰어넘고 교감이나 교장에게
다이
렉트로 말하는 학부형들도 있어 곤란한 일도 있었다.
대부분은 그저 소소하고 주관적인 것이라 그냥
넘어
가는 수준이었지만.
그리고, 가르치는 것은 퇴직 전이나 퇴직 후나 똑같은데 학부모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많이 속상했다.
1학년 8명 아이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기간제 교사가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다.
지역 교육청마다 특색이 있었지만
영월
은
체험학습
이 일주일에 한 번씩 있었다.
목장체험, 피자 만들기, 생존수영하기, 나비박물관 체험. 독거노인 돕기 등등
주말엔 영월관광명소를 들러보았다.
있는 동안 운 좋게도 관광행사로 자리 잡은 단종제까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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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하는 여자 (개정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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