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추세로 예전 대여섯 명씩 낳았을 때와는 양육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
잘 자라는 줄 알았던 내 자식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 한채 꽃도 피워도 보기 전에 시들어버린다면 땅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다.
화풀이를 한다고 떨어져 버린 꽃이 다시 만개할 수 없으니, 응어리진 가슴으로 일평생 그 아픔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야 한다.
그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면 하고 부모의 입장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 항상 관찰하고 눈여겨봐라.
커 갈수록 아이는 속에 있는 말을 쉽게 털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파악할 수 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지,
저학년이라면 몸에 상처가 자주 난다든지,
용돈을 자꾸 요구한다든지,
하교 후 별일이 없음에도 귀가 시간이 늦는다든지,
귀가해서도 늦은 외출을 자주 하면서 한숨을 자주 쉬고 묻는 말에 짜증을 내는지,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든지,
대화를 회피한다든지,
학교가기를 꺼려하며 특히 수학여행 등 단체활동에 빠지고 싶어 하는지,
혼자 방에 틀어박혀 가족과 어울리지 않는다든지 등 등 수없이 많지만 사춘기와는 다른 감지를 부모는 할 수 있다.
맞벌이라면 퇴근한 후 집안 살림도 하기도 버겁고, 아이가 커 갈수록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생각에 자칫 더 소홀해질 수 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 한 번, 단 5분이라도 아이와 대화를 하되 무의미한 게 아니고 감정과 행동을 눈여겨보면 어느 정도 눈에 보인다.
* 친한 친구의 연락처를 파악하고 있어라.
때로는 친구와 직접 대화할 일이 생긴다.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아이가 누구와 친한지, 누구와 사이가 소원한 지, 학교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친구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평소에는 말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불쑥 연락을 한다면 친구는 얼버무리고 말 것이다.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라면이라도 끓여주면서 안면을 트면, 급한 일이 생겨도 내 아이가 말하지 않는 부분을 얻어 들을 수 있다.
이때 너무 자주 초대를 하거나 허물없이 지낸다면 그것이 빌미가 되어 오히려 그 친구가 역으로 가해를 할 수 있으니 학기 초반에 한, 두 번 정도면 충분하다. 전화번호도 그때 물어보면 자연스럽고 그렇게 친분을 쌓았다면 성공한 것이다.
* 아이가 힘들어하고 대화를 거부하면 매일 한 줄씩이라도 육하원칙에 의해 작성하라고 해라.
날짜와 장소, 같이 있던 친구들, 있었던 일, 그리고 이동상황 등을 알면 가해자들이 부인한다 해도 가게나 주변주차차량의 블랙박스로 확보할 수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방범 cc-tv를 확인하면 당시의 주차차량이나 지나는 노선버스, 목격자 등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방범 CC-TV는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언어폭력 다음은 자연스럽게 신체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 가볍게 보면 안 된다.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면 부모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 때는 심리치료를 꼭 받는 게 좋다.
지역아동센터나 학교에도 상담사가 있지만 상담과 심리치료는 다르다.
상담은 치료가 아니라 고민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고, 심리치료는 이미 상처를 입은 아이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내 생각엔 병원에서 정식으로 진단을 받고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권하고 싶다.
유료는 돈을 들인 만큼 후속조치도 해준다.
정신이 아프지 않아야 신체도 온전해진다.
* 신체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상처가 있다면 병원에 가서 사유를 말하고 무조건 진단서를 끊어놔라.
초진 진료서는 보험사에 제출할 때도 유의미하지만, 최악으로 가는 상황을 막는 보증서가 될 수 있다. 멍만 들어도 진단 2주가 나온다.
아이들 중 상해보험이 없는 아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머리나 주요 부분이라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mri를 찍어 두면 나중에 가해학생의 학부모나 학교에 들이밀 수 있는 극약처방이 된다.
진단서가 있는데 오리발을 내밀 부모는 없다.
사과를 할 테고 그 후엔 부모를 통해 가해아이를 통제할 수 있다.
이때 가해부모에게는 감정적으로 화풀이를 하지 말아야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그 후에 학교와 경찰서에 들이밀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다만 이 방법은 내 아이와의 대화가 잘 되는 경우에 가능하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진단서를 끊어도 그 주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자주 대화하라는 것이다.
*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패를 모두 보이지 마라.
처음엔 가해학생 부모, 안되면 학교와 경찰서 순차적으로 해야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
도망가는 쥐도 도망갈 구멍은 남겨두라고 했다.
모두 터뜨리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상대부모는 아이를 두둔할 테고 어쩌면 도망갈 궁리를 함께 짤 수도 있다.
사형수도 단칼에 죽이는 것보다 서서히 죽이는 걸 더 두려워한다.
* 상대부모와는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이성적으로 말해라.
감정적으로 대하면 사과를 하고 싶어도 배알이 뒤틀려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입장에서 역지사지로 대화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 화가 난다고 가해아이를 만나 직접 혼을 낸다던가 화풀이를 하지 마라.
그 상황을 모르는 상대부모는 아이를 통해 그런 일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내 자식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성인인 어른이 내 아이를 건드렸다는 생각으로 분개한다.
이런 경우가 최악이다.
부모끼리는 대화로 풀어나간다면 자식들에게 통제를 할 수 있다.
통제를 하지 못하는 부모라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모라면 입증자료(문자, 카톡, 진단서 등)를 내 밀고 그다음은 처벌로 이어가겠다고 말하면 듣든, 안 듣든 부모는 자식에게 훈계를 할 것이다.
* 같은 학군이 아닌 인접도시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면 고려해 봐라.
학교는 같은 학군으로 진학을 해야 하고, 학폭가해자를 강제 전학시켜도 같은 동네서 살아가면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다.
출. 퇴근이 가능하다면 인접 도시로 이사를 가서 새로운 환경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상처받은 아이는 다른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부모로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해 보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때는 아이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는 게 낫다.
*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졸업장도 아니다.
요즘은 졸업과 동시에 학력을 인정해 주는 대안학교도 많고, 검정고시제도도 있고 홈스쿨링도 많이 한다.
굳이 가기 싫다고 하면 그 사유를 들어보고 결정해라.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학교에 보내지 마라.
집단 적응이 가능하다면 대안학교를 알아보고, 그도 싫다고 하면 홈스쿨링을 해서 검정고시를 치게 하면 된다.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자격을 얻으면 일반대학도, 방송통신대도 갈 수 있고 학원에서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
학교를 등교하지 않으면, 졸업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요구한다면, 아이는 갈 곳은 없다.
내 아이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대신 지켜주겠는가???
*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갈래길이 있다.
솔직히 영재는 일반학교과정을 건너뛰고 대학을 간다.
중등 3년씩 6년이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직장이라는 집단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직업도 많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직업도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수인 사람도 있고, IT 등 기술자격증을 갖고 혼자 하는 직업도 있으니 부모의 사고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때로는 부모의 고집과 아집이 내 아이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눈을 들어보면 조금만 둘러보면 여러 가지의 길이 보인다.
아이에게는 살아가는 방법만 제시해 주면 된다.
아이를 잃고 땅을 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