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시작으로 전국 교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오늘 49제를 맞이해 각처에서 모이려는 교사들과 이를 막으려는 교육부와의 실랑이가 한참이지만 교사들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9일 사이 또 다른 교사들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중엔 정년을 일 년을 앞둔 경력 40여 년 차의 교사도 있다고 하니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밀었을까?
교육부는 오늘 수업을 하지 않고 모인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한다. 그런 마인드가 교사들을 더 똘똘 뭉치게 하는 걸 윗 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교사들은 집단행동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한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본 적이 없고 그 이전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
교사들 집단은 다른 노조나 데모집단과는 다르다.
누가 하라고 한다고 하고 하지 말라고 안 할 그런 집단은 아니었다. 사리가 분별한 엘리트 집단이기 때문이다.
사립이라면 이사장이나 학교장이라면 그 눈치를 안 볼 수 없지만, 공립이라면 교사는 독립된 매체로, 한 정 된 공간에서, 정년까지는 그 직이 보장된다.
그만큼 교사의 독립권은 존중해 왔고, 존중해 줬다.
이제 그 교육권이 흔들리고 교사들을 낭떠러지로 밀고 가니, 그동안 숨죽이고 참았던 교사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꼴이 된 것이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학부모의 입 김이 작용하는 만큼 교사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이제는 교사들도 숨통을 트고 싶어 한다.
서비스 직도 아니면서 시비스 직처럼 행동하라고 한다.
왜? 교사니까.
그림자만 밟아도 안 되는 그런 스승으로 대접해 주지도 않으면서 교사는 스승이기를 바란다.
왜? 학생을 가르치니 바른 행동만 해야 하고, 예의 바른 언행만 해야 하고, 교사니까 참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리저리 돌려놓고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 집단행동이 안 되는 직업군은 딱 세 직군이었다.
군인과 경찰 그리고 교사집단.
그중 명령에 살고 명령에 움직이는 군인도 지금은 제 목소리를 내며 항명하는 시대이다.
경찰도 직업으로 선택했으니 그 들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 왜 교사만 집단으로 움직이면 안 되고,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억누르려 하고, 징계를 한다고 떠들어대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천직으로 알고 근무했던 교직시대는 끝났고, 이제 교사를 하나의 직업 군으로 바라봐 주어야 할 때다.
교사도 불의를 보면 큰 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하고,
교사도 잘 못된 것을 보면 따질 줄 알아야 하고,
교사의 권리가 침해되면 법률 적으로 대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교사이기 전에 감정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인권도 보장해 줘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부터 바꾸어져야 한다.
시대는 변했건만 교육정책은 쌍팔년도 머물러 있으니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교육부의 장관이나 차관, 국장, 일선의 교육감을 봐도 정치인 장관, 자격증조차 없는 대학교수 아니면 교육행정직 출신들이 그 자리에 포진하고 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일평생을 지낸, 누구보다도 교육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사출신은 눈을 씻고 보려야 볼 수 없다.
교육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현장 교육을 논 하고, 현장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 교육을 실천하라고 한다.
이율배반적인 이런 것들이 교육계가 곪아 터진 가장 큰 요소로 꼽는다.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이들도,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이들도 심지어 교과서를 만드는 출제위원도 현장 교사들의 참여는 많아야 20%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대학교수나 교육원 출신이 많다.
그러니 교육현장에 괴리가 생겨 문제가 생기고, 수능 시험은 어려워 공교육만으로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고, 교육만이 아닌 학부모 대응에도 무기력한 것이다.
교사들에게 성인군자처럼 행동하라고 하려면 성인군자처럼 대접해 주고,
그렇지 않다면 하나의 직업 군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대학에서 배운 것과 현장교육은 180도 다르다.
대학교육은 이론이고, 현장은 실제다.
교육의 질도,
수업 향상도 좋지만,
움직이고 감정은 있지만 미 완성인 학생들을 잘 이끌어가고,
학부모들에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경력 있고 자질이 우수한 수석교사제를 활용해서 속앓이로 아파하는 후배교사들에게 멘토가 될 수 있는 그런 교육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