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by 블랙홀

막내가 출생한 지 50일 정도 되었을 때 남편은 의외의 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스쿠버동호회를 갔다가 전진한다는 차가 후진을 하면서 범퍼와 범퍼 사이에 무릎이 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처음엔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는데 검사를 해보니 무릎 연골이 끊어져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까지 해야 한다니 무릎수술을 잘한다고 소문난 서울의 ㅂ병원으로 갔다.

입원 한 남편은 애도 어리고 직장에 빠지기도 그러니 수술 당일만 오라고 했다.


수술 전 전신마취를 하기 위해 검사를 하다 심장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다음 세대의 유전 발병이 25%이고, 40대 이후 돌연 사의 1순위인 심근경색이 있다고 했다.

선천적임에도 그동안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고, 워낙 건강 체질이라 살면서 병원에 갈 일이 없어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교통사고 난 것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심장은 특수부위라서 무릎 수술 후 삼0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마침 남편 친구가 병원에 근무하고 있어 곧바로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무릎수술을 하고 깁스를 한 채 심장 수술을 받으러 갔으니 처지가 딱하게 됐다.

이 번에도 수술 전날과 수술 당일, 그리고 수술 후 3일간 휴가를 냈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어 다시 내려와야 했다.


남편도 간병인이 있으면 된다며 어린 막내와 두 아이를 돌봐야 하니 자꾸만 내려가라고 등을 떠밀기도 했지만, 사실 덩치가 큰 남자를 부추겨 움직이는 건 불가해서 잔 심부름정도를 위해 죽치고 있는 거라면 별 의미가 없는 듯했다.






주 6일제 근무였을 때, 토요일 퇴근 후 병원에 가려면 왕복 7시간이 걸렸다.

피곤에 절어 병원에 도착하면 초저녁부터 졸기 일쑤였고, 그렇게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은 내려와야 했으니 남편의 눈에는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 점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주말이 돌아오는 게 부담스러웠고, 육아를 돌 봐주시는 친정부모님은 일주일 내내 육아에 시달렸으니 모두 불만이 쌓여 폭발 직전이었다.


눈치 없는 난 주말이면 올라갔다가 생각 없이 내려오곤 했는데, 갈 때마다 꽃다발이나 낯선 물건이 있어 물어보면 친구나 후배가 문병 왔었다고 얼버무렸다.

40대가 되면 현실적인 봉투를 주지 꽃다발은 의아하고 생동 맞다고 생각했다. 이때 낌새를 알아차렸 어야 하는데......


무릎 수술에 심장수술까지 해서 회복기간도 오래 걸렸고, 설사 의심스럽다 해도 남편의 별 것 아니라는 부인은 탄성의 법칙에 의한 제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내 free 한 결혼관은 그렇게 발등을 찍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지금이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 달 가까이 입원을 한 후, 재활은 집 근처에 병원에서 하기로 했다.

시댁에서 100미터 떨어진 인근 종합병원에 입원해서 재활을 받기 시작했고, 시어머니는 하루 세끼 밥을 해서 날랐다.

손 꽝이라 요령껏 간병도 못 하고, 반찬도 못 만들지만 시어머니가 일거리 생긴 듯 열심히 하니 한발 뒤에 있으며 퇴근 후 간간이 들러보는 게 다였다.


아파트로 이사 온 다음 해 여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손 없는 날 이사를 해서 그렇거나, 터 가 우리와는 맞지 않아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유명하다는 철학관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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