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실종됐다.

by 블랙홀

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내 소신이지만, 남편이 보는 부동산은 사채처럼 금방금방 회전하지 않으니 큰 매력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경매에서도 꽤 쓸만한 땅이나 건물이 나왔지만 수수료만 받고 다시 물건을 넘기곤 했다. 일명 경매중개에 관심 있었지 소유는 아니었다.


경매로 물건을 사달라는 사람들로 집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직업이라 해도 직접 몸을 쓰거나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닌 수금만 하면 되는 일이니 그 많은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다.

일단 사업을 하니 주머니에 돈은 있고, 시간도 많은니 주변에서 모여드는 사람이 많았다. 같이 동업하자, 땅을 봐달라, 돈을 빌려달라는 등......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도박(포커) 판에도 드나드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주기도 했고, 본인도 가끔씩 하는 듯했다.

기분이 좋아 들어오면 지갑에서 잡히는 대로 용돈을 줬고, 그렇지 않음 새벽에 귀가하거나 외박하는 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도박을 하면 아내가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솔직히 화도 내고, 읍소도 하고, 내 직업을 봐서라도 하지 말라고 했으나, 벽에 대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남편 왈, 도박은 손가락을 잘라도 끊지 못한다고 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그러다 남편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흘이 되도록 연락도 없고 갈 만한 곳도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성인이라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도 같이 도박을 한 공범이었다.


실종 삼일 후, 그것도 본인이 아닌 제삼자를 시켜 전화가 와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며. 면목이 없어 집에 못 들어온다는 걸 읍내에 가서 모시고 왔다. 사연인 즉 포커를 해서 돈을 잃었고, 만회하려다 몸이 잠겨 더 큰돈을 잃어 오도 가도 못 했고, 외부로의 연락을 자유로이 할 수 없어 그랬다니 쥐어 팰 수도 없고 화도 못 낼 상황이었다.


며칠을 수염도 깍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니 차라리 실수를 하더라도 큰 소리를 내는 당당한 모습이 나았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봐야 할 것 같아 결혼 때 시댁에서 혼수로 받은 금붙이를 팔자고 했다.

보석이야 살 때와 팔 때 차이가 커서 빼기로 하고. 결혼 예물까지 팔아 도박 빚을 갚아준다면, 적어도 양심 있는 남편이라면 백 번의 잔소리보다 효과가 있을 거 같아서였다.

예상대로 남편은 감격해했고, 금은방 하는 친구는 남편보다 더 감동해했다.

이 일은 금은방부터 시작되어 발 빠르게 소문이 났고, 난 이해심 많은 대단한 여장부로 불렸다. 남의 속도 모르고.

남편이 도박판을 벗어나지 못한 데는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 시골집에 살 때 겨울만 되면 꿩 사냥을 해 왔고, 그런 날은 김장김치에 꿩을 넣고 김치찌개를 해서 동네 친구를 불러 함께 먹었다.

수확이 많으면 육회를 뜨기도 했는데 닭고기보다는 좀 질겼지만 맛은 훨씬 깊이가 있었다. 그렇게 먹고들 나면 긴 겨울밤이 지나도록 고스톱을 치곤 했다.


우리 두 식구였지만 객식구가 많아 한 달에 쌀 한 가마니를 거뜬히 먹어 치웠다. 친구들은 미안하다며 농사를 지으면 바리바리 가져왔다.

가족이 많지 않은 친정은 항상 조용한 데다 적막감이 감돌았는데 남편의 친구들로 북적거리니 사람 사는 맛이 났다. 그때 말렸어 야 하는데......

손을 떼라고 패물 판 돈을 몽땅 줬지만 남편은 엉뚱하게 행동했다.

처음엔 잠잠하더니 다시 드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돈을 따면 백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탈탈 털어 나를 줬다.

하이고오~ 남편아~ 안 가져와도 되니 제발 그만해 ~


한번 빠져든 세상에서 쉽게 나오지 못했다.

다만 지난번처럼 증발하지 않고, 있는 장소를 알려줘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이 가능하게 했다.

장소를 외부에 알려주거나 외부 통화를 하는 것은 그 바닥에서 금기 라 고 했지만 내게는 오픈시킨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실수는 안 할 테고, 말려서 될 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신고를 할 수도 없고 이혼을 할 수도 없으니 내게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서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속이 넓어서 그런지, 미련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잃고 와서 한숨을 쉬는 꼴은 보기 싫으니 시작하려면 끝장을 보고, 돈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줄 테니 뒤로 물러서지는 말라고 했다. 후회할 일은 하지를 말고, 하려면 절대 지지 말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미치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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